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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이명박-박근혜 악수는 했지만…경선룰 ‘불화’

등록 2007-05-04 20:53

朴 "무조건 원칙대로" vs 李 "지도부 일임"

한나라당 양대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4일 오후 염창동 당사에서 강재섭 대표, 김형오 원내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모처럼 회동했지만, 경선룰을 둘러싼 뿌리깊은 의견차를 재확인하고 말았다.

우여곡절 끝에 이 전 시장의 당쇄신안 수용으로 당 내홍이 수습국면으로 접어든 지 이틀만에 성사된 이날 회동은 두 주자간 갈등을 해소하고, 상생경선을 다짐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경선룰에 대한 메울 수 없는 간극을 다시 한번 확인, 경선룰 확정과정에서 난항을 예고했다.

강재섭 대표가 제시한 9개항 가운데 상생경선, 정책토론회 개최 등 8개항에 대해서는 특별한 이견이 없었으나, 마지막 항목인 경선룰의 지도부 일임문제에 대해선 이견을 노출한 것.

◇회동장 분위기 = 시작은 화기애애했다. 두 주자들과 지도부는 당안팎의 우려와 기대를 의식한 듯 화합하는 모습을 보이는 데 주력했다. 악수도 있었고, 웃음도 있었다.

약속시간인 오후 4시30분보다 4분 정도 먼저 당사에 도착한 박 전 대표는 내림머리에 이른바 `전투복'인 청회색 바지정장 차림으로 미소를 띠고 회의장에 입장했으며, 이 전 시장 역시 2분 정도 늦게 당사에 도착해 박 전 대표와 손을 맞잡는 모습을 통해 화합의지를 과시했다. 회동에는 이주영 정책위 부의장, 나경원 유기준 대변인, 박재원 대표 비서실장이 배석했다.

모두 발언에서도 양측은 "이번에 이 전 시장이 바른 결정을 해주셨다"(박근혜), "새 출발의 계기가 돼 한나라당이 잘 한다는 소리를 듣게 하겠다"(이명박)며 상생과 화합을 한 목소리로 강조했다.

그러나 `밀월'은 그뿐이었다. 1시간10여분간에 걸친 회동이 끝난 뒤 지도부가 `경선룰의 지도부 일임에 양측이 원칙적인 동의를 했다'는 취지의 발표가 나온 직후 박 전 대표측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지도부에서는 당황한 기색을 보이며 "두 주자들에게 9개항에 대한 합의를 확인했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박 전 대표측은 당사 앞마당에서 별도 기자회견까지 갖고 거듭 원칙대로 경선룰을 확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비공개 회의에선 재.보선 공동유세 무산과 관련한 `책임론'도 거론돼 다소 썰렁한 분위기가 연출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표는 "후보는 당에서 정했고 난 최선을 다했다. 나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맞지않다"고 말했으며, 이 전 시장은 "공동유세를 했더라도 뒤집을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반박했다고 배석자들은 전했다.

◇박근혜 전 대표측 입장 = 경선룰과 관련해선 `경선준비위원회'에서 합의된 `8월-20만명' 원칙을 그대로 고수해야 하며, 어떠한 수정도 가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당초 지도부가 준비한 의제에는 포함되지도 않았던 경선룰 관련 논의 역시 박 전 대표가 먼저 꺼내든 것으로 전해졌다. 표정은 단호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박 전 대표는 회의에서 "별로 갈등도 없는데 자꾸 싸우는 것처럼 비치는 것은 모두 경선룰 때문"이라며 "한나라당 경선에 참여해 당 후보로 나서겠다는 사람은 공당의 원칙을 지켜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번에 8월-20만명으로 합의를 봤는데, 이게 다시 문제가 되면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며 "이 자리에서 원칙을 지키는 것으로 합의를 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또 "지도부가 8월-20만명 안을 냈을때도 아무런 요구도 하지않고, 당이 깨지면 안된다고 해서 크게 양보를 했다"며 "이번에 다시 바꾸자고 하면 당이 흔들리는 것으로 비친다. 이번에 바꾸고 내가 다시 바꾸자고 하면 또 바꿀 것이냐, 나도 마음에 안드는 부분이 있지만 원칙대로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네거티브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공당이 정한 원칙을 흔드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네거티브"라며 이 전 시장측 `네거티브 비판'에 대해서도 맞불을 놓았다.

그는 염창동 당사를 나가면서는 "오늘 합의를 하자고 했는데, 합의가 되지 않았다. 결론이 나지 않았다"면서 "분위기는 서로 할 얘기를 하자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이정현 공보담당 특보 역시 염창동 당사 마당에서 별도 기자회견을 갖고 "박 전 대표는 경선에 대해 합의한 내용이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라며 거듭 경선룰과 관련한 어떤 수정도 있을 수 없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이 특보는 `9개항 합의'와 관련해서도 "지도부에 대한 일임이 아니다"면서 "우리는 우리측 원칙을 분명히 밝힌 것이며, 그것이 수용되는 것을 전제로 합의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이어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뉴라이트 정책위원회 행사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서도 이례적으로 격앙된 표정으로 "공당이 원칙이 있어야지 자꾸 바꿔달라고 하면, 그게 사당이지 공당이냐"며 "그게 나(이명박 전 시장) 되게 해달라는 것이지 무엇이냐"며 이 전 시장을 정면으로 공격했다.

박 전 대표는 "후보가 유.불리에 따라 자꾸 룰을 바꿔달라고 하면 어떻게 하느냐"면서 "나도 가만히 있어서 그렇지 불만이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박 전 대표 측에서는 "애초 유.불리에 상관없이 `원칙'을 강조했던 본인 입장이 다시금 표현된 것일 뿐"이라고 설명을 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재.보선 이후 `강 대표 신임' 입장을 먼저 밝히고 `기싸움'에서 승세를 잡은 이후 경선룰 논의까지 본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전개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물론 가까스로 내홍이 사그라들 기미를 보이자마자, 박 전 대표가 경선룰 문제를 먼저 제기해 다시 갈등의 빌미를 제공하지 않았느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한 당직자는 "오늘같이 위기끝에 당이 화합하자고 모인 자리에서 꼭 이렇게 갈등을 노출해야 하느냐"며 "전략 미스"라고 비판했다.

◇이명박 전 시장측 입장 = 반면 이 전 시장측은 경선룰과 관련, 원칙적으로 당 지도부의 결정을 그대로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최측근인 정두언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우리 입장은 당에서 밝힌 그대로다. 당에 맡기는 것이 맞다"면서 "강 대표가 합리적인 방향으로 논의를 진행할 것으로 믿는다"라고 말했다.

조해진 공보특보도 "유 대변인의 공식 브리핑 내용에 이견이 없다. 원칙적으로 당의 결정을 따르겠다는 것이 공식 입장"이라고 확인했다.

이와 관련, 회동에 배석한 나경원 대변인은 "강 대표가 제안한 9개 방안과 합의내용을 두 대선주자들에게 읽어준 뒤 '이대로 발표해도 되느냐'고 물어보자 이 전 시장은 '그렇게 하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나 대변인은 "박 전 대표도 고개를 끄덕여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덧붙였다.

이 전 시장 진영의 이 같은 반응은 박 전 대표측이 "당 지도부에 일임한 적이 없다"면서 당의 공식 발표를 즉각 정면으로 반박한 것과는 상반되는 것으로, 오히려 `백임위임'을 통한 무언의 압박을 가하는 효과를 노렸다는 지적도 있다.

강 대표가 "맡겨달라"고 말했으나 결국 경선룰 논의과정에서 두 대선주자 진영의 의견을 완전히 백안시할 수도 없는 만큼 지도부에 전폭적인 신뢰를 주는 방식으로 전략적 레버리지를 확보하겠다는 셈법이라는 것이다.

이런 '유화적' 분위기는 회동이 시작되기 전부터 감지됐다. 이 전 시장은 당사에 들어서면서 "덕담하러 왔다. 아름다운 이야기를 하기 위해 왔다"고 말했고, 회동 후 당사를 떠나면서도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회동내용에) 만족한다"면서 당에 대한 신뢰를 거듭 표시했다.

그러나 이 전 시장 진영으로서도 불안감이 없지 않아 보인다. 한 측근은 "강 대표가 일방적으로 경선룰을 정할 것이 우려되기도 한다"면서 "그러나 그렇게 무리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반신반의하는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이 전 시장도 회동에서 경선룰에 대해 "시대의 변화를 반영해야 한다"며 자신의 주장을 거듭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열린우리당은 오픈프라이머리(완전 국민경선제)도 하는데 시대를 반영해야 한다"면서 "8월, 20만명이라는 총론에 당심과 민심을 실질적으로 5대 5의 비율로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고 유 대변인은 전했다.

한편 이날 대변인 공식브리핑 직후 박 전 대표측이 즉각 이를 반박하는 비공식 브리핑을 한 것에 대해 당 관계자들은 적잖이 당혹해 하면서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표시했다.

한 당직자는 "당이 공식 입장을 그 자리에서 반박하는 것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행태"라며 "결국 화합하자는 자리에서 당이 또다시 분열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꼴"이라고 말했다.

이승관 김경희 기자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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