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대표최고위원과 최고위원 선출, 당강령 등 개정을 위해 열린 제8차 한나라당 전당대회. 이종찬기자 rhee@hani.co.kr
경북도의회 ‘아예’ 휴회, 한나라당 전당대회 참석
첫날부터 호화취임에 보은인사까지…지방권력 과시?
첫날부터 호화취임에 보은인사까지…지방권력 과시?
‘집권야당’의 자만인가, 절대권력의 자연스런 힘자랑인가? 한나라당이 5.31 지방선거를 ‘석권’한 이후 여론을 도외시한 ‘힘쓰기’가 곳곳에서 불거지고 있다. 호화 취임식, 지자체장 급여 인상 추진에 수해 복구를 지휘할 당사자들이 막대한 수해를 입은 특별재난지역에서 골프를 즐기고 외유에 나선 것이 드러나고 있다. 지난 5.31 동시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은 서울시 25개 구청장 당선, 경기도 도의원 108명 전원 당선 등을 비롯해 전남북과 제주를 제외한 단체장 석권 등 지방의회선거에서 압승을 거뒀다. 아래의 장면은 모두 5월31일 이후 벌어진 일들이다. ◇ 장면 1 : '한나라당 집안잔치'에 오늘은 모두 서울로 가자?
한나라당 전당대회가 열린 지난 11일. 전국의 지자체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은 대부분 서울에 있었다. 지방의원과 단체장 대부분이 한나라당 소속으로, 한나라당 전당대회 참석이 그 이유였다. 각 지역에서는 수해 대비와 지방의회 일정에 차질을 빚어야 했다. 특히 경북지역의 경우 3호 태풍 ‘에위니아’에 이어 11일 장마전선의 북상으로 수해가 우려된다는 기상청 예보가 있었다. 김범일 대구시장과 김관용 경북도지사를 비롯해 대구시 구청장 8명과 경북도 내 대부분의 단체장, 광역·기초 의원들은 이날 오후 2시 서울에서 열린 한나라당 당대표 선출 전당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이날 오전 일제히 상경했다. 태풍 에위니아로 성주읍 시가지 곳곳을 비롯해 980ha의 농경지가 침수되는 등 큰 피해가 난 성주군에서도 이창우 군수와 이창길 군의회 의장 및 대부분의 군의원들이 이날 일찌감치 상경했다. 경북도의회는 이날 예정된 의사일정을 접고 휴회했다. 경북도의회는 지난 7일 제1차 본회의를 열어 의장·부의장 선출을 끝내고 17일까지 상임위 별로 업무보고와 안건심사에 들어간 상태였지만, 11일은 아예 휴회하고 의원 55명 중 한나라당 소속 의원 50명이 대부분 상경했다. 지난 4일 첫 임시회의를 연 대구시의회도 이날 하루 ‘개별 의정활동’을 이유로 의사일정을 접었다. 전체 시의원 29명 중 한나라당 소속 28명이 단체로 서울 전당대회에 참가한 까닭이다. 부산에서도 허남식 시장을 비롯한 한나라당 소속 단체장과 광역·기초의원들 대부분이 전당대회에 참석했다. 부산의 전체 기초단체장 16명 가운데 무소속인 중구청장을 뺀 나머지 15명의 한나라당 소속 구청장·군수들이 이날 오전과 오후 잇따라 상경했다. ◇ 장면 2 : 특별재난지역에서 골프를! '굿 샷~'
수해지역서 '나이스 샷!' 한나라당 경기도당 간부들이 강원도 정선군 강원랜드 골프장에서 라운딩을 즐기고 있다. (홍문종 도당위원장 (맨 왼쪽), 홍영기 당원협의회운영위원장(오른쪽에서 두번째), 김용수 도당 부위원장(맨오른쪽)). 경인일보 제공
장맛비는 이달 중순까지 이어졌다. 이런 가운데 한나라당 경기도당 간부들이 수해지역에서 단체골프를 친 것으로 드러났다. 홍문종 한나라당 경기도당 위원장과 김용수·김철기 도당 부위원장, 홍영기 용인갑 당원협의회장, 이재영 평택을 당원협의회장 등은 지난 20일 오후 강원 정선 강원랜드 골프장에서 도내 사업가들과 2개 팀으로 나눠 골프를 쳐 물의를 빚었다. 약 130만원의 그린피는 골프모임에 참석한 사업가가 신용카드로 결제하고, 이들은 라운딩 후 인근 유명식당에서 술자리를 가진 뒤 강원랜드 골프텔내 스위트룸에 숙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골프를 치고 술자리를 가진 정선은 강원도 안에서도 수해 피해가 집중된 것으로, 이번에 인제군 등과 함께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된 곳이다. 한나라당 간부인 이들은 당의 ‘골프 자제령’까지 어긴 채 골프를 즐겼다. ◇ 장면 3 : 비 억수로 온다고? “우리는 지금 해외로 간다” 한나라당 소속 일부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아예 해외로 여행을 떠났다. 이동희 경기도 안성시장은 중부지방 집중호우로 피해가 속출했던 지난 17일 4박5일 일정으로 외유를 떠났다. 이 시장과 양두석 시의회 의장, 황은성 도의원 등 10명은 자매결연도시인 중국 선양시와 요중현 정부 초청으로 이날 중국으로 출국했다. 또 인천광역시와 경남 마산시 등의 시의원과 경기도 고양시 공무원들도 잇달아 외유를 떠났다. 당시 경기 북부와 강원 일대에는 400㎜의 기록적 폭우가 쏟아졌고, 안성에는 호우경보가 발령되는 등 집중호우가 예보돼 시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재난안전대책본부까지 가동됐다. 충북지역 최대 수해 지역인 단양군의 김동성 군수는 수해 복구가 한창이던 18일 저녁 단양지역 한 사회봉사단체 월례회에 참석해 저녁을 먹은 뒤 이 단체 회원들과 유흥주점에 들어 노래를 부르는 ‘유흥’을 즐겨 말썽을 빚었다. <미디어다음> 아고라에서는 ‘물난리 중 유흥 단양군수 주민소환합시다’ 청원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 장면 4: 최저수준 지방재정에 최고수준 ‘취임식’ ‘관사 리모델링’ “역시~” 한나라당 소속 단체장의 ‘튀는’ 처신은 수해 이전에도 불거졌다. 취임 첫날부터 ‘호화 취임식’과 ‘보은 인사’ 논란이 일었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지난 18일 선거캠프와 인수위에서 활동했던 11명을 경기도 계약직 공무원으로 임용했다. 김 지사는 인수위에서 활동했던 ㅇ씨를 정책특별보좌관에 임명하는 한편 ㅊ씨는 계약직 ‘가급’, 후보 선거캠프에서 활동했던 ㅇ씨는 계약직 ‘마급’으로 가족여성정책과에 발령했다. 나머지는 공보관실 3명, 혁신분권과 2명, 투자진흥과·정책기획관실·교통정책과·팔당상수원 관리사무소·총무과 등에 각 1명씩 배치됐다. 이달 초에는 정우택 충북지사의 ‘호화 취임식’이 도마에 올랐다. 1시간30분 가량 진행된 이 행사에는 식전 무용공연과 취임식 뒤 다과, 햇볕가리개용 철제 구조물, 인터넷 생중계를 위한 장비 대여비 등을 포함해 4천만원을 넘어선 것으로 드러났다. 또 청주시내 7곳에 취임을 축하하는 경축탑을 세웠다. 정 지사는 관사와 집무실 수리에 5000여만원을 사용해, 재정자립도 최하위권의 충북도 현실과 대조되었다. ◇ 장면 5 : 광명시장의 특정지역 출신 폄하발언 “전라도 놈들은 이래서…” 지난 7월3일 취임한 경기도 광명시 이효선 시장은 특정지역 출신을 싸잡아 비난하는 발언을 했다. <광명지역신문>은 한나라당 소속의 이효선 시장은 지난 12일 광명시 하안2동 순시중 기관장들과의 모임에서 “전라도 놈들은 이래서 욕을 먹는다”고 보도했다. 이 시장은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전임시장이 내가 취임하기 직전 공무원을 잘못 승진시킨 일 등을 그렇게 표현한 것”이라며 “내가 전라도 놈들은 그래서 욕을 먹는다고 말했다”고 언급했다. 또한 이 시장은 “그 자리에 참석했던 하안2동 관계자들을 다 기억하는데 문제가 불거지면 그 사람들에게 내가 어떻게 할 것 같냐”고 ‘협박성 발언’을 하기도 했다. 한편 당시 자리에 참석했던 김동철 광명시의원은 “이효선 시장이 하안2동 관계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전임시장이 퇴임하기 직전 환경사업소에 공무원을 승진시켰는데, 그 사람이 전라도 사람인지 알아보라고 담당공무원에게 지시했고 알아보니 전라도 사람이었다고 말했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 장면 6 : 한나라 단체장의 첫번째 사업 “국회의원도 계시니 장관급 연봉 달라”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오세훈 선출 25일 저녁 올림픽공원 펜싱경기장에서 열린 한나라당 5.31 지방선거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 승리한 오세훈 후보가 환호하고 있다.(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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