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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연봉인상·수해골프… 집권야당의 힘?

등록 2006-07-21 17:12수정 2006-07-22 11:22

11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대표최고위원과 최고위원 선출, 당강령 등 개정을 위해 열린 제8차 한나라당 전당대회. 이종찬기자 rhee@hani.co.kr
11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대표최고위원과 최고위원 선출, 당강령 등 개정을 위해 열린 제8차 한나라당 전당대회. 이종찬기자 rhee@hani.co.kr
경북도의회 ‘아예’ 휴회, 한나라당 전당대회 참석
첫날부터 호화취임에 보은인사까지…지방권력 과시?

‘집권야당’의 자만인가, 절대권력의 자연스런 힘자랑인가?

한나라당이 5.31 지방선거를 ‘석권’한 이후 여론을 도외시한 ‘힘쓰기’가 곳곳에서 불거지고 있다. 호화 취임식, 지자체장 급여 인상 추진에 수해 복구를 지휘할 당사자들이 막대한 수해를 입은 특별재난지역에서 골프를 즐기고 외유에 나선 것이 드러나고 있다. 지난 5.31 동시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은 서울시 25개 구청장 당선, 경기도 도의원 108명 전원 당선 등을 비롯해 전남북과 제주를 제외한 단체장 석권 등 지방의회선거에서 압승을 거뒀다. 아래의 장면은 모두 5월31일 이후 벌어진 일들이다.

◇ 장면 1 : '한나라당 집안잔치'에 오늘은 모두 서울로 가자?


한나라당 전당대회가 열린 지난 11일. 전국의 지자체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은 대부분 서울에 있었다. 지방의원과 단체장 대부분이 한나라당 소속으로, 한나라당 전당대회 참석이 그 이유였다. 각 지역에서는 수해 대비와 지방의회 일정에 차질을 빚어야 했다. 특히 경북지역의 경우 3호 태풍 ‘에위니아’에 이어 11일 장마전선의 북상으로 수해가 우려된다는 기상청 예보가 있었다.

김범일 대구시장과 김관용 경북도지사를 비롯해 대구시 구청장 8명과 경북도 내 대부분의 단체장, 광역·기초 의원들은 이날 오후 2시 서울에서 열린 한나라당 당대표 선출 전당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이날 오전 일제히 상경했다. 태풍 에위니아로 성주읍 시가지 곳곳을 비롯해 980ha의 농경지가 침수되는 등 큰 피해가 난 성주군에서도 이창우 군수와 이창길 군의회 의장 및 대부분의 군의원들이 이날 일찌감치 상경했다.

경북도의회는 이날 예정된 의사일정을 접고 휴회했다. 경북도의회는 지난 7일 제1차 본회의를 열어 의장·부의장 선출을 끝내고 17일까지 상임위 별로 업무보고와 안건심사에 들어간 상태였지만, 11일은 아예 휴회하고 의원 55명 중 한나라당 소속 의원 50명이 대부분 상경했다.

지난 4일 첫 임시회의를 연 대구시의회도 이날 하루 ‘개별 의정활동’을 이유로 의사일정을 접었다. 전체 시의원 29명 중 한나라당 소속 28명이 단체로 서울 전당대회에 참가한 까닭이다. 부산에서도 허남식 시장을 비롯한 한나라당 소속 단체장과 광역·기초의원들 대부분이 전당대회에 참석했다. 부산의 전체 기초단체장 16명 가운데 무소속인 중구청장을 뺀 나머지 15명의 한나라당 소속 구청장·군수들이 이날 오전과 오후 잇따라 상경했다.

◇ 장면 2 : 특별재난지역에서 골프를! '굿 샷~'

<b>수해지역서 '나이스 샷!' </b> 한나라당 경기도당 간부들이 강원도 정선군 강원랜드 골프장에서 라운딩을 즐기고 있다. (홍문종 도당위원장 (맨 왼쪽), 홍영기 당원협의회운영위원장(오른쪽에서 두번째),  김용수 도당 부위원장(맨오른쪽)). 경인일보 제공
수해지역서 '나이스 샷!' 한나라당 경기도당 간부들이 강원도 정선군 강원랜드 골프장에서 라운딩을 즐기고 있다. (홍문종 도당위원장 (맨 왼쪽), 홍영기 당원협의회운영위원장(오른쪽에서 두번째), 김용수 도당 부위원장(맨오른쪽)). 경인일보 제공

장맛비는 이달 중순까지 이어졌다. 이런 가운데 한나라당 경기도당 간부들이 수해지역에서 단체골프를 친 것으로 드러났다.

홍문종 한나라당 경기도당 위원장과 김용수·김철기 도당 부위원장, 홍영기 용인갑 당원협의회장, 이재영 평택을 당원협의회장 등은 지난 20일 오후 강원 정선 강원랜드 골프장에서 도내 사업가들과 2개 팀으로 나눠 골프를 쳐 물의를 빚었다. 약 130만원의 그린피는 골프모임에 참석한 사업가가 신용카드로 결제하고, 이들은 라운딩 후 인근 유명식당에서 술자리를 가진 뒤 강원랜드 골프텔내 스위트룸에 숙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골프를 치고 술자리를 가진 정선은 강원도 안에서도 수해 피해가 집중된 것으로, 이번에 인제군 등과 함께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된 곳이다. 한나라당 간부인 이들은 당의 ‘골프 자제령’까지 어긴 채 골프를 즐겼다.

◇ 장면 3 : 비 억수로 온다고? “우리는 지금 해외로 간다”

한나라당 소속 일부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아예 해외로 여행을 떠났다. 이동희 경기도 안성시장은 중부지방 집중호우로 피해가 속출했던 지난 17일 4박5일 일정으로 외유를 떠났다. 이 시장과 양두석 시의회 의장, 황은성 도의원 등 10명은 자매결연도시인 중국 선양시와 요중현 정부 초청으로 이날 중국으로 출국했다. 또 인천광역시와 경남 마산시 등의 시의원과 경기도 고양시 공무원들도 잇달아 외유를 떠났다. 당시 경기 북부와 강원 일대에는 400㎜의 기록적 폭우가 쏟아졌고, 안성에는 호우경보가 발령되는 등 집중호우가 예보돼 시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재난안전대책본부까지 가동됐다.

충북지역 최대 수해 지역인 단양군의 김동성 군수는 수해 복구가 한창이던 18일 저녁 단양지역 한 사회봉사단체 월례회에 참석해 저녁을 먹은 뒤 이 단체 회원들과 유흥주점에 들어 노래를 부르는 ‘유흥’을 즐겨 말썽을 빚었다. <미디어다음> 아고라에서는 ‘물난리 중 유흥 단양군수 주민소환합시다’ 청원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 장면 4: 최저수준 지방재정에 최고수준 ‘취임식’ ‘관사 리모델링’ “역시~”

한나라당 소속 단체장의 ‘튀는’ 처신은 수해 이전에도 불거졌다. 취임 첫날부터 ‘호화 취임식’과 ‘보은 인사’ 논란이 일었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지난 18일 선거캠프와 인수위에서 활동했던 11명을 경기도 계약직 공무원으로 임용했다. 김 지사는 인수위에서 활동했던 ㅇ씨를 정책특별보좌관에 임명하는 한편 ㅊ씨는 계약직 ‘가급’, 후보 선거캠프에서 활동했던 ㅇ씨는 계약직 ‘마급’으로 가족여성정책과에 발령했다. 나머지는 공보관실 3명, 혁신분권과 2명, 투자진흥과·정책기획관실·교통정책과·팔당상수원 관리사무소·총무과 등에 각 1명씩 배치됐다.

이달 초에는 정우택 충북지사의 ‘호화 취임식’이 도마에 올랐다. 1시간30분 가량 진행된 이 행사에는 식전 무용공연과 취임식 뒤 다과, 햇볕가리개용 철제 구조물, 인터넷 생중계를 위한 장비 대여비 등을 포함해 4천만원을 넘어선 것으로 드러났다. 또 청주시내 7곳에 취임을 축하하는 경축탑을 세웠다. 정 지사는 관사와 집무실 수리에 5000여만원을 사용해, 재정자립도 최하위권의 충북도 현실과 대조되었다.

◇ 장면 5 : 광명시장의 특정지역 출신 폄하발언 “전라도 놈들은 이래서…”

지난 7월3일 취임한 경기도 광명시 이효선 시장은 특정지역 출신을 싸잡아 비난하는 발언을 했다.

<광명지역신문>은 한나라당 소속의 이효선 시장은 지난 12일 광명시 하안2동 순시중 기관장들과의 모임에서 “전라도 놈들은 이래서 욕을 먹는다”고 보도했다.

이 시장은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전임시장이 내가 취임하기 직전 공무원을 잘못 승진시킨 일 등을 그렇게 표현한 것”이라며 “내가 전라도 놈들은 그래서 욕을 먹는다고 말했다”고 언급했다.

또한 이 시장은 “그 자리에 참석했던 하안2동 관계자들을 다 기억하는데 문제가 불거지면 그 사람들에게 내가 어떻게 할 것 같냐”고 ‘협박성 발언’을 하기도 했다. 한편 당시 자리에 참석했던 김동철 광명시의원은 “이효선 시장이 하안2동 관계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전임시장이 퇴임하기 직전 환경사업소에 공무원을 승진시켰는데, 그 사람이 전라도 사람인지 알아보라고 담당공무원에게 지시했고 알아보니 전라도 사람이었다고 말했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 장면 6 : 한나라 단체장의 첫번째 사업 “국회의원도 계시니 장관급 연봉 달라”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오세훈 선출 25일 저녁 올림픽공원 펜싱경기장에서 열린 한나라당 5.31 지방선거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 승리한 오세훈 후보가 환호하고 있다.(서울=연합뉴스)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오세훈 선출 25일 저녁 올림픽공원 펜싱경기장에서 열린 한나라당 5.31 지방선거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 승리한 오세훈 후보가 환호하고 있다.(서울=연합뉴스)
지난 13일에는 절대다수가 한나라당 소속인 전국시·도지사협의회가 시·도지사 연봉을 차관급에서 장관급으로 올리는 안을 추진해, 물의를 빚었다.

현재 전국 시·도시자 중 서울시장만 장관급 대우를 받고 나머지 시·도시사는 차관급 대우를 받고 있다. 이 안을 낸 경기도는 “봉급 좀 더 받아 가계에 보탬이 되자는 것은 아니다”며 “새로 선출된 시·도지사 중 국회의원과 장관을 거친 분들이 있고 차관급 대우는 관선시대부터 적용해온 만큼 이젠 격에 맞게 고치자는 것”이라고 ‘인상’ 필요성을 제기했다.

올해 고정급 적용을 받는 차관 및 차관에 준하는 공무원은 연봉 8257만원을, 장관과 장관급에 준하는 공무원은 8813만원을 받는다. 만약 정부가 시·도지사협의회 안을 수용해 시행하면 시·도지사들은 현재 받는 연봉보다 연간 556만원을 더 받게 된다.

열린우리당은 19일 논평을 내어 “한나라당이 선거를 휩쓴 뒤, 호우 속에서도 주민들 몰래 첫번째 사업으로 자신들의 연봉을 올리려고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장면 7 : 이재오 “학교급식 얼마 있으면 방학인데...사학법부터 고쳐야”

지방의회의 독식에 따른 돌출사건인가, 아니면 ‘집권야당’으로 평가받는 한나라당의 일상적 행태인가는 중앙당 차원에서 국회의원들과 고위공직자들의 최근 행동이 말해준다.

사상 최대규모의 식중독 사고를 부른 학교급식 사태와 관련, 학교급식법 처리에 있어서도 한나라당은 “사학법 재개정 없이는 학교급식법 개정안 처리에도 협조할 수 없다. 얼마 있으면 방학이다”라는 입장을 한동안 고수했다. 한나라당은 여론에 밀려 뒤늦게 학교급식법 처리에 나섰다.

◇ 장면 8 : 공성진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다 뒤집히고 감옥간다”

지난달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 전체회의에서는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의 ‘자신감’이 어디에서 기인했는지를 말해줬다. 7월말 재보선을 앞둔 '용감한 공천'도 마찬가지다.

지난 6월27일 공성진 한나라당 의원은 국회 국방위원회가 방위사업청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다 뒤집히고 감옥간다”는 발언을 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공 의원은 이날 방위사업청장을 비롯한 간부들에게 “기본적으로 (정권의 코드에 따르지 말고) 방사청장의 철학과 조직 문화를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라며 “안 그러면 나중에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전부 다 뒤집힌다. 다 감옥가고. 그런 사건이 많이 있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7.26 재보선 후보로 서울 송파갑에 정인봉 전 의원을 공천했다 결국 여론에 굴복하고 번복하는 소동을 벌였다. 이미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에서 내몰린 데다 기자 성접대, 거액의 세금체납 사실이 재판과 보도를 통해 알려져 있어 당 안팎의 비판이 있었지만 이를 무릅쓰고 공천을 감행했다. 결국 송파갑에는 서울시장 후보출마를 위해 재보선의 원인을 제공한 맹형규 전 의원이 다시 공천되었다.

◇ 견제와 균형 사라진 자리 ‘집권야당’의 절대권력?

단체장들의 이런 일탈을 지방의회가 견제할 수 있을지도 우려가 높다. 수도권뿐 아니라 전남·북, 제주를 빼고는 전국이 한나라당 1당에 의해 ‘장악’되면서 지방의회가 단체장과 지방정부를 견제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견제와 균형이 사라진 자리에 ‘1당 독점’의 폐해가 우려되었는데, 지방선거 직후부터 ‘튀는 행동’들이 불거지는 것이다. 지방의회와 지자체간 견제와 균형의 토대가 무너진 상황에서 대안은 주민소환제와 주민감사제청구제 등을 활성화해 주민감시를 강화하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다.

주민소환제는 지난 5월 주민소환관련법 제정안과 지방자치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내년 7월부터 지방 시·도 및 시·군·구 단체장과 광역 및 지방의원에 대한 소환이 가능해진다. 이 안에 따르면 시도지사는 유권자 10% 이상, 기초단체장은 유권자 15% 이상, 지방의원은 유권자 20% 이상 찬성으로 주민소환 투표 청구가 가능하고, 소환 대상자는 유권자 3분의 1 이상 투표, 과반 찬성이 나오면 즉각 해임된다

◇ 정치권, “물난리 속 골프투어는 한나라당의 기고만장함”

한편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은 21일 논평을 내어 한나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우리당은 “한나라당 소속 인사들은 전국적인 폭우로 인해 국가비상 상황인 때 위아래 가릴 것 없이 음주가무와 외유, 골프로 굴민들의 가슴에 피멍을 들게 했다”며 “웰빙당, 민생외면당에 이어 오만무도한 한나라당이라는 명칭을 추가한다. 한나라당 경기도당 홍문종 위원장과 경기도 당직자들의 재난지역 골프, 단양 군수의 음주가무, 경기도 안성시, 경기도 고양시, 인천 남구의 자치단체장과 소속 공무원들의 외유에 한나라당은 국민 앞에 사과하고 강도 높은 자성의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노당은 “물난리통 골프 투어는 무슨 일이 벌어져도 50% 이상의 지지율과 각종 선거 및 대선까지 따놓은 당상이라고 생각하는 한나라당의 기고만장함을 보여주는 한 장면”이라며 “관련자 전원에 대한 엄격한 처벌”을 강하게 요구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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