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용서못한다. 최대한 강력한 조치를 취하라." 한나라당 강재섭(姜在涉) 대표가 21일 당소속 경기도당 간부들의 `수해골프' 소식을 전해 듣고 격노해 던진 말이다.
출범한지 불과 10일밖에 되지 않은 새지도부가 5.31 지방선거 압승이후 잇따라 터져 나오는 각종 악재로 시름에 빠졌다. `도로민정당' `집권야당' 이라는 비아냥이 공공연히 나돌 정도로 외부의 시선이 따가워진 상태에서 당소속 지도급 인사들이 부적절한 처신이 빈발하고 있기 때문.
특히 홍문종(洪文鐘) 위원장을 비롯한 경기도당 간부들의 강원도 골프모임이나 김동성(金東成) 단양군수의 `음주가무' 사건은 전국을 강타한 수해로 뒤숭숭한 민심을 감안해 강대표가 지시한 외유.골프자제령을 마치 비웃기라도 새지도부의 리더십에 적지않은 상처를 안겨줄 전망이다.
여기에다 지방선거의 `묻지마 공천'과 그로 인한 서울지역 기초단체장 당선자의 잇단 당선무효형 선고, 소속 의원들의 `설화'(舌禍), 7.11 전당대회 과정에서의 `박근혜-이명박 대리전'과 `색깔론' 논란 등으로 내상이 깊어진 터여서 7.26 국회의원 재.보선을 앞둔 민심이반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당장 접전양상을 보이고 있는 서울 성북을 보선에서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바로 그것. `미스터 쓴소리'로 올곧은 이미지를 구축해온 민주당 조순형(趙舜衡) 후보가 `수해골프' 논란을 맹공할 경우, 자칫하면 `역전'을 허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강 대표가 이날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홍 위원장을 즉각 사퇴시키고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한 것도 후폭풍을 차단하기 위한 차원이다. 강 대표는 오전 국회에서 열린 종합수해대책회의에서 홍 위원장 등에 대한 일벌백계 방침을 밝히며 당 윤리위 소집을 긴급 지시하는 등 발빠른 수습노력을 보였다.
황우여(黃祐呂) 사무총장은 "이번 골프파문은 있을 수 없는 일로, 국민이 진노할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라면서 "당원들이 스스로 행동거지를 조심해야 할 것"이라며 당직자들에게 `낮은 자세'를 강조했다.
심인성 기자 sims@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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