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성.줄서기 인사 우려
5.31 지방선거가 끝난 후 민선 4기 출범 이전 전국 자치단체 곳곳에서 인사 잡음이 일고 있다.
단체장들은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객관적이고 공평한 인사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자치단체마다 보은성 인사와 줄서기 등 인사와 관련된 소문과 불만이 꼬리를 물고 있다.
경남도는 김태호 지사 2기 시작을 앞둔 지난달 13곳의 출자.출연기관, 도립전문대 기관장과 간부 15명에 대해 임기와 경영성과에 무관하게 일괄 사표를 받았다.
이들의 임기가 1년에서 길게는 3년까지 남아있는데다 업무상 하자가 없는 경우도 있어 진통끝에 사표를 다 받긴 받았지만 "특별한 문제가 없는데도 임기를 보장하지 않고 일괄사표를 받는 이런 관행은 없어져야 한다"는 당사자들의 불만이 제기됐다.
정우택 지사가 취임한 충북도에서는 한나라당 추천이나 선거캠프에 일했던 인사들이 국장급 정무보좌역(3급)이나 정책보좌관 등 새로운 직책에 임명되고 출연기관에 대한 외부인사 기용이 점쳐지면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주로 퇴직공무원으로 채워지던 출연기관의 낙하산 인사를 문제 삼은 지사직무위가 정작 "출발부터 논공행상식 인사를 하고 있다"거나 "정원 총량제 적용에 따라 외부 인사 기용이 늘수록 내부승진은 줄게 돼 공무원 사기가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반면 "도지사와 호흡이 맞는 인사들나 전문가가 영입돼 도정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지 않겠느냐"고 기대하는 시각도 있다.
경남 거제시에서는 지난달 말 국장(4급) 승진 후보군에 있던 고참 행정직 모 과장(5급)이 수산직인 후배 공무원에 밀려 탈락하자 탈락한 과장의 부인이 시청 공무원 부인모임에서 '인사가 잘못됐다'는 내용의 유인물을 낭독하고 시장 관사에까지 전화를 걸어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이 사건은 공노조 거제시지부가 합리적인 인사원칙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내고 부인이 물의를 빚은 과장은 일선 동장으로 발령나면서 겨우 매듭됐다.
양산에서는 '서화로비 파동'으로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무소속 재선에 성공한 오근섭 시장을 밀어 준 '양산시민연합'이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내용의 소문이 공공연히 나돌면서 '시장이 15명이다'(공동대표가 15명임)는 식의 냉소적 반응이 나오고 있다.
경남대 행정.경찰학부 정원식 교수는 "민선시대에 접어들면서 단체장들이 소신있는 인사를 한다는 논리로 정치적으로 자기 사람을 챙기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면서 "인사대상자에 대한 공정한 평가가 이뤄질 수 있도록 외부평가시스템이나 지방의회, 공무원 조직에서 단체장의 인사권 남용을 견제해야 할 필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seaman@yna.co.kr (창원.청주.거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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