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노동연대회의 활동가들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지난 12일 국민의힘 노동개혁특별위원회 공청회에서 나온 ‘실업급여로 해외여행 간다’, ‘명품 선글라스나 옷을 산다’ 등 청년·여성 구직자와 계약직 노동자를 헐뜯는 발언을 규탄하고 실업급여 하한액 조정 및 실업급여 폐지를 추진하는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실업급여 하한액을 낮추겠다는 당정의 방침에 야당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이런 방침을 논의한 민·당·정 공청회에서 ‘시럽급여’ ‘샤넬 선글라스 쇼핑’ 등의 자극적인 발언까지 나오면서 여론이 들끓는 가운데, 국민의힘 안에서도 파급력이 큰 사안을 당이 너무 가볍게 언급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노동자 스스로 내는 부담금으로 실업급여를 받는데, 마치 적선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정부·여당의 태도가 참으로 한심하다”고 비판했다. 박광온 원내대표도 “정부·여당이 주최한 공청회에서 실업급여 받는 분을 조롱하고, 청년·여성 구직자, 계약직 노동자를 모욕하고 비하했다”며 “국민에 대한 도리도, 인간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강선우 대변인은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여당이 실업급여 하한액 폐지를 강력히 추진하는 건 세수 펑크를 메워야 하기 때문 아니냐”고 했다.
앞서 지난 12일 민·당·정 공청회를 마친 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실업급여를 “시럽급여”로 표현하며 하한액을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공청회 자리에선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실업급여 담당자가 “여자분들, 계약기간 만료, 젊은 청년들은 쉬겠다고 (실업급여를 신청하러) 온다. 실업급여 받는 분 중에 해외여행 가고, 자기 돈으로 일했을 때 살 수 없는 샤넬 선글라스를 사든지 옷을 산다”고 말했다. 박 의장은 같은 날 저녁 열린 한 강연회에서 이 발언을 다시 언급했다.
이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도 당정의 방침과 ‘샤넬 선글라스’ 발언에 비판이 제기됐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청년 여성을 얼마나 우습게 여기면 저런 말을 함부로 할 수 있느냐”며 “고용노동부가 여성과 청년 전체를 사치나 즐기는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집단으로 취급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13년간 해당 업무를 담당한 전문가가 짧은 시간에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일부만 부각돼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국민의힘 안에서도 민감한 사안에 박 의장이 세심하게 접근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민의힘 노동개혁특위 관계자는 “실업급여는 파급력이 크고, 필요로 하는 사람도 많은데, 설명도 제대로 하지 않고 명품 선글라스 얘기만 하니까 욕을 먹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노동특위 관계자도 “실업급여는 예민할 수밖에 없는 문제인데 의장이 사고를 쳤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쏟아지는 비판에 박 의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윤석열 정부는 ‘약자 복지’를 원칙으로 삼고 있다. ‘약자 복지’는 ‘약자 존중’”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가짜뉴스 만드는 습성을 버리라”고 반박했다. 이날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를 연 윤재옥 원내대표도 “언론에서 (공청회) 발언에 문제제기가 있었지만, 사실 (실업급여를) 반복 수급하는 일이 많고 재취업률이 극히 낮다”며 ‘실업급여 제도 개선’에 방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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