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실업급여 하한액을 삭감하거나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청년·여성 수급자를 노골적으로 조롱해,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지난 12일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실업급여 제도개선 공청회’를 연 뒤, “실업급여가 악용되어서 달콤한 보너스라는 뜻으로 ‘시럽급여’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의장은 같은 날 산학연포럼 특강에선 “젊은이들이 밝은 얼굴로 와서 실업급여를 받아 명품 선글라스를 끼고 해외여행에 다녀온다고 한다”며 청년·여성 수급자를 조롱했다. 공청회에 나온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실업급여 담당자가 “여성, 계약기간 만료된 청년들이 (실업급여로) 해외여행을 가고 자기 돈으로 일했을 때 살 수 없는 샤넬 선글라스를 사는 식으로 즐긴다”고 한 발언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실업급여는 노동자와 사용자가 함께 납부한 고용보험료를 재원으로 삼는다. 이를 마치 정부·여당이 적선이라도 하는 것처럼 여기고 있는 것인가. 실업급여를 받으러 온 이들의 표정과 차림새까지 거론하며 갈라치기한 담당자의 인식도 놀랍지만, 대단한 발견이라도 한 양 이를 옮기는 여당 정책위의장의 수준이 한심스럽다. 1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노동개혁은 노조 때려잡기, 교육개혁은 일타강사 수사, 고용보험 개혁은 수급자 때려잡기”라고 질타했다.
정부·여당은 최저임금의 80%로 정해진 실업급여 하한액을 60%로 낮추거나 폐지하는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실직 뒤 구직 활동을 하는 동안 받는 실업급여 수준을 대폭 삭감한다는 건 일자리를 잃어 막막한 상황에서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망을 무너뜨리는 행위다. 게다가 추진 배경을 설명하면서 여성·청년·계약직을 콕 찍어 갈라치기하는 것은 현실을 왜곡하는 것일 뿐 아니라 노골적인 혐오발언이다. 박 의장은 청년들이 실업급여를 부정 수급하는 것처럼 묘사하면서, 20대가 중소 제조업에서 일하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집권 여당이 산업 현장의 고질적인 일자리 미스매칭, 대-중소기업 간 격차를 해소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는 못할망정, 힘없는 청년들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려 하고 있다. 이런 인사가 여당의 정책을 책임지고 있다.
문제의 발언은 국민의힘 노동개혁특별위원회가 주최한 공청회에서 나왔다. 혼선만 야기하다 표류한 근로시간 개편안에 이어 집권 여당이 추진하는 노동개혁의 수준을 여실히 보여준다.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이 심히 우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