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태영호 최고위원은 2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회의장에는 그의 명패도 치워져 있었다. ‘5·18 정신 헌법 수록 반대’ 발언 등 연이은 실언으로 4월 초부터 자숙의 의미로 한달간 ‘공개활동 중단’을 선언한 김재원 최고위원에 이어 태 최고위원까지 불참하면서, 이날 회의는 선출직 최고위원 중에서는 전체 5명 가운데 3명(조수진·김병민·장예찬)만 참석한 채 진행됐다.
태 최고위원은 최근 <월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남한 단독정부 수립에 반대한 백범 김구 선생을 두고 “김일성의 통일전선 전략에 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제주 4·3은 북한 김일성 지시로 촉발됐다”는 주장을 최근 되풀이한 데 이어, 지난 17일에는 페이스북에 “역시 JMS 민주당”이라는 글을 올렸다가 논란이 커지자 “죄송스럽고 사과드린다. 당의 어떠한 조치도 달게 받겠다”고 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태 최고위원을 면담한 뒤 “국민의 기본 입장을 깊이 생각해 입장을 가지면 좋겠다고 전했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김기현 대표는 지난 18일 태 최고위원에게 “대외 활동을 자제하라”고 경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김재원 최고위원은 “전광훈 목사 우파 천하통일”, “제주 4·3 추모일은 격이 낮은 기념일” 등의 발언으로, 조수진 최고위원은 양곡관리법과 관련해 “밥 한공기 다 비우기 운동” 발언으로 논란을 자초했다.
당 안팎에서는 최고위원들의 설화가 강경 보수 지도부를 낳은 전당대회 규칙과 무관하지 않다고 여기는 시각이 있다. 국민의힘은 친윤 지도부 구성을 위해 애초 ‘당원 70%+국민 여론조사 30%’로 돼 있던 전대 규칙을 지난해 말 ‘당원 투표 100%’로 바꿨다. 그 결과 지난달 전대에서 조직화한 강성 보수 세력의 영향력은 더 커졌고, 이준석계의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 후보들은 단 한명도 지도부에 들어가지 못했다.
한 의원은 “김재원·태영호 최고위원은 강성 세력 덕분에 최고위원이 됐다고 생각하다 보니, 보수적인 발언을 더 많이 하는 것 같다”며 “(100% 당심이 아닌) 국민 목소리까지 반영한 선거를 했다면 설화 리스크는 덜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 안에서는 두 최고위원에 대한 자진사퇴 요구가 번지고 있다. 영남지역 한 초선 의원은 “스스로 결자해지의 자세를 보여주면 당에도 부담이 덜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다음주께 중앙윤리위원회 구성을 마치고 두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를 논의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김재원 최고위원은 20일 제주를 찾아 4·3평화기념관 대회의실에서 유족과 만나 “제 잘못으로 상처 입은 유족과 도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 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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