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김재원·태영호·조수진 최고위원 등 최근 당 지도부의 잇따른 실언 논란과 관련해 “국민께 송구하다”고 사과하고, 내부를 향해 공개 경고했다. 연이은 설화와 당 지지율 하락 등으로 ‘김기현 대표 체제’ 출범 한달 만에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기강 잡기를 통해 분위기 반전을 시도하는 모양새다. 김 대표는 총선(내년 4월10일)을 1년 앞두고 직접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아 일찌감치 총선 채비에 들어갔다.
김 대표는 6일 국회에서 연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을 이끌어가는 주요 구성원들이 국민과 당원 눈높이에 맞지 않는 언행을 하는 일이 최근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더 이상 이런 일이 반복돼선 안 된다. 최근 불미스러운 잡음으로 우리 당의 개혁 의지가 퇴색되고 있는 것 같아 당대표로서 국민과 당원들께 송구스럽고 매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불미스러운 잡음’의 구체적인 사례를 언급하진 않았지만, 최근 당 최고위원들의 실언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기현호’ 첫 특별위원회인 ‘민생119’의 위원장을 맡고 있는 조수진 최고위원은 전날 언론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대안으로 ‘밥 한 공기 다 비우기 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혀 논란을 일으켰다. 김재원 최고위원도 지난달 ‘5·18 정신 헌법 수록 반대’, ‘전광훈 목사 우파 천하통일’ 발언에 이어 지난 4일 제주 4·3을 두고 “격이 낮은 기념일”이라고 말해 당 안팎의 질타를 받았다. 지난 2월 전당대회 과정에서 “제주 4·3은 북한 김일성 지시로 촉발했다”고 주장한 태영호 최고위원 역시 최근 이를 재차 거론하며 사실상 사과할 뜻이 없다고 밝혀 논란의 중심에 섰다.
김 대표는 ‘기강 확립’을 강조했다. 그는 “총선 승리를 위해 장애 요인이 되면 누구든 엄정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당 윤리위원회를 조속한 시일 내 구성하고 엄정한 윤리 기강을 확립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 정서에 어긋나는 언행으로 물의를 빚은 사람에 대해서는 차후 자격평가 시 벌점을 매기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당 인재영입위원장을 직접 맡는 등 총선 승리에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당 핵심 관계자는 “김 대표가 직접 인재위원장을 맡아 사람들을 활발하게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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