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통령선거가 8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대선후보 가상 양자대결에서 여야의 승리가 엇갈리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고 있다. 후보별로 유리한 조사 결과를 부각시키고 있지만,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조사 방식에서 특정 후보에 대한 선호도가 더 반영될 수 있다며, 지지율의 추이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5~7일 전국 성인 1005명을 대상으로 한 전국지표조사(신뢰 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선 이재명 경기지사가 43%를 기록하며 윤석열 전 검찰총장(33%)을 10%포인트 차이로 넉넉하게 앞섰다. 이낙연-윤석열 양자대결에선 36%씩으로 동률이었다. 글로벌리서치가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2일까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서도 이 지사는 44.7%를 얻어 36.7%를 얻은 윤 전 총장을 이겼다. 두 여론조사 모두 조사원이 전화로 통화하며 대선주자 선호도를 문의한 방식이었다.
반면 자동응답 방식(ARS) 조사에서는 윤 전 총장이 강세를 보인다. 피앤아르(PNR)리서치가 <머니투데이>·미래한국연구소 의뢰로 지난 3일 1001명을 대상으로 한 양자 대결(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서 윤 전 총장은 49.8%를 기록해 이 지사(41.8%)를 오차범위 바깥으로 따돌렸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12~13일 전국 성인 2036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신뢰 수준 95%, 표본오차 ±2.2%포인트)에서 윤 전 총장은 39.4%로, 38.6%를 기록한 이 지사에 박빙 우세를 보였다.
지난 3월 사퇴 뒤 윤 전 총장의 대선주자 지지도는 기계음으로 조사를 진행하는 100% 자동응답 방식 여론조사에서 더욱 도드라지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장덕현 한국갤럽 연구위원은 “기계음으로 진행되는 자동응답 방식의 여론조사에는 참여하려는 의지가 강한 분들이 끝까지 응답한다. ‘정치 고관여층’ 비중이 높아지는 것”이라며 “자영업자, 50~60대 등의 정치 고관여층의 성향은 상대적으로 보수적이어서 윤 전 총장과 국민의힘 지지도가 꾸준히 높게 나온다”고 짚었다.
정치 고관여층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자동응답 방식의 조사에서는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지율도 탄력을 받는 모양새다. 한국사회여론조사연구소가 <교통방송>(TBS) 의뢰로 지난 9~10일 1014명을 상대로 한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서 윤 전 총장 29.9%, 이 지사 26.9%, 이 전 대표 18.1%를 기록했다. 윈지코리아컨설팅이 <아시아경제> 의뢰로 지난 10~11일 실시한 조사(신뢰 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서도 이 전 대표는 16.4%로 이 지사(25.8%)를 한 자릿수로 따라붙었고 43.7%-41.2%로 윤 전 총장과 양자대결에서 처음으로 앞섰다. 반면 조사원이 직접 전화를 걸어 진행하는 전국지표조사(지난 12~14일, 신뢰 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서 이 전 대표는 전주보다 4%포인트 상승한 14%를 기록했지만 이 지사(26%)와는 두 자릿수 격차를 보였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센터장은 “자동응답전화의 특성상 당의 적극 지지자들이 응답할 거라는 상식적인 추정이 가능하다”며 “(고관심층이 더 많이 반영되는) 현상이 양쪽에서 모두 나타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민주당 내부적으로 보면 친문 후보인 이 전 대표에게 정치 고관여층의 지지가 더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치 고관여층은 투표 의향은 물론 결집력도 강하기 때문에 이들의 표심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대선처럼 투표율이 높은 선거에서는 여론이 두루 반영돼야 전체적인 표심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결국 여론조사는 동일한 질문과 조사방법에 따른 지지율의 추이를 살펴봐야 한다. 윤 센터장은 “여론조사를 비교할 때는 같은 조사 방식, 동일한 설문으로 조사한 결과를 비교해야 한다”며 “조사 방식과 질문이 달라지면 자극이 달라지고, 반응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최근 여론조사의 흐름은 윤 전 총장의 하락세와 이 전 대표의 상승세가 확인된다. 지난 12~13일, 리얼미터-오마이뉴스의 다자대결 조사에서 윤 전 총장은 2주 전보다 4.5%포인트 떨어진 27.8%를 기록해, 3.6%포인트 상승한 이 지사(26.4%)에게 턱밑까지 추격을 허용했다. 이 전 대표는 7.2%포인트 급등하며 15.6%를 기록했다. 여론조사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을 참조하면 된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