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가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민주당 제20대 대통령선거 예비경선 개표식에서 경선 후보로 선출된 이재명 후보 등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경선이 끝난 이튿날인 12일, 첫 ‘여론조사 성적표’를 받아든 이재명 경기도지사 캠프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이 지사는 경쟁자들의 공격에 수세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1위 주자의 처지를 빗대 “손발 묶임 권투를 하고 있다”고 호소했지만, 캠프 내에서는 예비경선 과정에서 드러난 허술한 대응 방식을 보완하고 이 지사 스스로 ‘불안한 후보’라는 단점을 극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지사는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에 출연해 “제가 처한 상황은 본선을 걱정해야 할 입장인데 다른 후보들 입장은 좀 다를 수 있지 않겠냐”며 “저로선 원팀을 살려서 손실을 최소화하고 본선에서 우리 역량이 최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심하게 공격하면 안 된다. 손발 묶임 권투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캠프 내에서는 단순히 공격의 문제가 아니라는 판단이다. 이재명 캠프는 전날 예비경선 컷오프 결과가 발표된 뒤 이 지사와 함께 2시간 가량 전략회의를 한 데 이어 이날 오전에도 의원들 중심으로 회의를 했다. 특히 이날 한국사회여론조사연구소가 <티비에스>(TBS) 의뢰로 실시한 여론조사(9~10일 전국 1014명 대상·신뢰 수준 95%·표본오차 ±3.1%포인트) 결과가 발표되면서 위기감은 더욱 커졌다. 윤석열 전 총장은 전주보다 1.4%포인트 떨어진 29.9%, 이 지사는 3.4%포인트 하락한 26.9%였다. 반면 이낙연 전 대표는 전주보다 5.9% 상승한 18.1%를 기록하면서 이 지사와 격차를 10%포인트 안쪽으로 좁혔다.
캠프 관계자는 “가장 큰 문제는 ‘전략 부재’였다고 본다. 토론회는 임기응변을 잘해야 하는데 생각보다 많이 부족했다”며 “정책을 지금 발표하면 본경선에서 공격을 많이 받기 때문에 일정을 뒤로 미뤘는데, 공정과 성장은 하나의 담론이지 정책이라고 할 수 없다. 부동산·돌봄 문제 등을 정책적으로 돌파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지사의 ‘돌출 발언’도 문제다. 또 다른 캠프 관계자는 “토론회를 열심히 했지만, 결국 사람들 뇌리에 남는 건 ‘바지 발언’밖에 없다. 기본소득도 대응을 썩 잘하지 못했다. 기본소득을 집행하려면 재정이 많이 들기 때문에 순차적으로 해나가겠다면서 로드맵을 발표하면 되는데 그런 과정도 없이 ‘제1 공약이 아니다’라고 말해버리는 실수를 했다”며 “기본이슈를 잘 방어하면서 다른 이슈로 전환해야 했는데 아쉬움이 남는다”고 토로했다. 이 지사 캠프는 앞으로도 기본소득에 대한 집중공격이 예상되는 만큼 이 부분에서 실점을 최소화하면서 다른 정책으로 득점하는 것을 전략적 목표로 삼고 있다. 캠프에서는 이 지사를 향해 ‘발언을 품격있게 하라’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말아라’ 는 조언도 빠지지 않는다.
본경선에 돌입하면, 이 지사를 향한 공세는 한층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경쟁자들은 코로나19 대유행을 이유로 경선연기론 카드를 다시 꺼내 들고 있다. 이 지사 쪽 한 의원은 “경선은 원칙적으로 해야 한다. 어차피 대부분 비대면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는데 연기를 해도 크게 달라질 게 없다”면서도 “코로나 확진자가 많이 늘어나 무조건 경선 일정 연기는 안 된다는 말만 반복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지사는 이날 같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경선 연기는 안 된다는 입장이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당이 정하면 따라야죠”라고만 답했다. 현재 당 지도부는 경선 방식은 최대한 방역 지침을 준수하며 세부 일정을 조정하되, 후보 선출 시기를 미루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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