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년 7월15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고 백선엽 장군(예비역 육군대장)의 안장식이 열렸다. 연합뉴스
국가보훈부는 국립대전현충원 누리집에 고 백선엽 장군을 ‘친일반민족행위자’라고 적은 문구가 법적 근거가 없다며, 이 내용을 삭제했다고 24일 밝혔다. 이에 광복회는 “보훈부가 법적·절차적 논의와 국민적 공감대 없이 일방적으로 문구를 삭제한 것은 국민 분열을 야기할 수 있는 성급한 판단”이라고 강하게 비판하며 원상복구를 촉구했다.
보훈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어 “(국립대전현충원 누리집의) 문구 게재 경위 등을 검토한 결과, 어떠한 법적 근거도 없이 안장자격이 된 공적과 관계 없는 문구를 기재하는 것은 국립묘지 설치 목적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이 내용을 삭제키로 결정하고 24일부터 시행했다고 밝혔다. 전날까지 국립대전현충원 누리집의 ‘안장자 검색 및 온라인 참배’란에서 ‘백선엽’을 검색하면, 비고에 ‘무공훈장(태극) 수여자’라는 사실과 함께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에서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결정(2009년)’이라는 문구가 기재돼 있었다. 하지만 ‘장성급 장교’로서 국립묘지법에 따라 적법하게 국립현충원에 안장된 백 장군의 설명 문구로 “친일”을 기재한 것은 ‘국가나 사회를 위하여 희생‧공헌한 사람을 안장하고, 그 충의와 위훈의 정신을 기리며 선양하는 것’이란 국립묘지법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게 보훈부의 설명이다.
앞서 지난 2월 백 장군의 유족은 해당 문구 기재가 국립묘지법에 위배된다는 점, 사자 및 유족에 대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는 점 등을 이유로 문구 삭제를 요청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이후 박민식 보훈부 장관은 “백 장군은 친일파가 아니다”라며 이 문구를 삭제할 뜻을 밝혀왔다.
하지만 백 장군의 친일 이력은 대통령 소속 정부기관인 친일반빈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가 보수 정부인 이명박 정부 때 결론을 내린 일이다. 백 장군 자신도 회고록에서 친일 경력을 인정한 바 있다.
독립운동가와 그 후손들로 구성된 광복회는 이날 성명을 내어 보훈부의 ‘백선엽 친일 행적’ 기록 삭제에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하며 원상복구를 촉구했다. 광복회는 “법과 절차에 따른 ‘친일 기록’의 삭제를 위해서는 이에 상응하는 절차적 정당성이 있어야 하며, 광복회를 포함한 충분한 국민적 공감대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보훈부가 많은 우선순위 일들은 제쳐두고 유사한 논란을 빚고 있는 다른 국가유공 호국인사들에 대해서도 아무런 언급 없이, 유독 백선엽 1인에 대해서만 집착하는 것은 의도적이며 형평성에도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권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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