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2023년 6월30일 서울 영등포구 공군호텔에서 열린 ‘백선엽 기념재단 창립대회'에서 축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가보훈부는 국립대전현충원 누리집에 고 백선엽 장군을 ‘친일반민족행위자’라고 적은 문구가 법적 근거가 없다며, 이 내용을 삭제했다고 24일 밝혔다. 전날까지 국립대전현충원 누리집의 ‘안장자 검색 및 온라인 참배’란에서 ‘백선엽’을 검색하면, 비고에 ‘무공훈장(태극) 수여자’라는 사실과 함께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에서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결정(2009년)’이라는 문구가 기재되어 있었다.
보훈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어 “문구 게재 경위 등을 검토한 결과, 어떠한 법적 근거도 없이 안장자격이 된 공적과 관계 없는 문구를 기재하는 것은 국립묘지 설치 목적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이 내용을 삭제키로 결정하고 24일부터 시행했다고 밝혔다. ‘장성급 장교’로서 국립묘지법에 따라 적법하게 국립현충원에 안장된 백 장군에게 친일을 기재한 것이 ‘국가나 사회를 위하여 희생‧공헌한 사람을 안장하고, 그 충의와 위훈의 정신을 기리며 선양하는 것’이란 국립묘지법상 목적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게 보훈부의 설명이다.
보훈부는 “‘안장자 검색 및 온라인 참배’란은 사이버 참배 서비스 등을 제공하여 안장자 명예를 선양하기 위한 목적으로 운영하는 것인데, 이와 반대로 오히려 명예를 훼손할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다른 안장자에 대해서는 범죄경력 등 안장자격과 관계없는 다른 정보는 기재하지 않으면서 특정인에 대한 특정 사실만 선별하여 기재하도록 한 것은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백선엽 장군을 욕보이고 명예를 깎아내리려 했다는 강한 의심과 함께 안장자 간 균형성도 간과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보훈부는 또 “유족의 명예훼손 등 여지가 있음에도 관련 유족의 의견을 청취하지 않았고, 면밀한 법적 검토 또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절차적 정당성 역시 확보되지 못한 것”이라 주장했다. 그러면서 “법적 근거 없이 이루어진 결정을 유지하는 것이 옳지 않다고 판단하였고, 법적 검토 결과 문구 게재에 문제가 있음을 확인하여 해당 내용을 삭제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24일 이전까지 국립대전현충원 누리집 ‘안장자 검색 및 온라인 참배’란에서 ‘백선엽’을 검색하면 비고에 ‘무공훈장(태극) 수여자,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에서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결정(2009년)’이란 문구(왼쪽 붉은 테두리 )가 적혀 있었다. 국가보훈부는 24일부터 이 기록을 삭제했다.(오른쪽)
앞서 지난 2월 백 장군의 유족은 해당 문구 기재가 국립묘지법에 위배된다는 점, 사자 및 유족에 대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는 점 등을 이유로 문구 삭제를 요청하는 탄원서를 제출하였다. 이들은 탄원서에서 백선엽 장군이 친일행적을 하였다는 객관적인 근거가 없다는 사실도 함께 주장했다.
이와 관련 박민식 보훈부 장관은 “백선엽 장군이 간도특설대에 복무한 것은 사실이지만, 독립군을 토벌하였다는 객관적 자료는 없다”며 “백선엽 장군을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결정할 당시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었음에도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인 것인데, 위원회의 결정이 곧 역사적 사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백선엽 장군은 최대 국난이었던 6‧25전쟁을 극복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워 대한민국 최고 무공훈장인 태극무공훈장을 수여 받은 최고 영웅으로, 친일파 프레임으로 백 장군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권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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