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변하는 모습을 알리겠다는 취지로 <한겨레>에 ‘수사 제대로 받는 법’ 연재를 시작한 금태섭 서울중앙지검 검사가 갑자기 글쓰기를 중단했다. 10회를 작정하고 시작했으나 딱 한번 쓰곤 뜻을 굽힌 것이다. 본인은 ‘상부 지시나 압력 같은 것은 없었다’고 하지만, 검찰은 첫번째 글이 나간 지난 11일부터 그를 궁지로 몰았다. 검찰 내부가 발칵 뒤집히다시피 했고, 기고를 중단하라는 회유도 집요했다고 한다. 검찰은 그에 대한 징계 여부까지 검토 중이다. 금 검사를 둘러싼 이런 소동은 검찰이 여전히 변화를 거부하고 있음을 다시 확인시켜준다.
검찰이 금 검사의 글에 이렇게까지 요란스럽게 반응하는 건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 그의 첫번째 글은 ‘검찰 수사를 받게 되면 직접 해결하려 하지 말고 전문가인 변호사에게 맡겨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당연하지만 일반인이 간과하기 쉬운 대목을 짚어준, 그야말로 상식적인 글이다. 이 정도의 글을 가지고 배신자라도 되는 양 비판하는 검사들을 보자니, 한심한 생각이 절로 든다. 시중에 떠도는 ‘검사스럽다’는 말만큼 딱 떨어지는 표현이 또 있을까 싶다.
조직에 민감한 글을 상부에 보고하지 않고 썼다는 비판도 설득력이 없다. 그는 직무에서 얻은 대단한 비밀을 폭로한 것이 아니라 헌법 등이 보장하고 있는 기본권을 다뤘을 뿐이다. 시민의 정당한 권리를 알리는 것도 상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은, 검찰이 과연 인권을 수호하는 기관인지 의심하게 만든다.
어떤 면에서 이번 일은 검찰에 희망이 있음을 보여준다. 금 검사가 신문에 이런 글을 썼다는 것 자체가 그렇고, 논란 과정에서 비록 극소수일지라도 금 검사를 옹호한 검사들이 있었다는 것이 또한 희망적이다. 문제는 검찰이 과연 이런 목소리를 포용하면서 변화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겠느냐다. 검찰 스스로 할 수 없다면 외부의 압력과 개입을 통해서라도 검찰을 변화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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