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물류센터 노동자들이 휴게시간 보장 등 폭염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1일 하루 파업에 나섰다. 인천시 서구 오류동 쿠팡 인천4물류센터 앞에 센터 내 체감온도가 34.5도에 이른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연일 체감온도 33도를 웃도는 역대급 폭염이 계속되면서, 찜통더위로 쓰러지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다. 질병관리청 집계를 보면, 7월30일 기준 올해 온열질환자 수는 1117명, 온열질환으로 인한 추정 사망자는 13명에 이른다. 한해 전 같은 기간에 견줘 온열질환자는 87명, 추정 사망자는 6명이나 많다. 그중에서도 온열질환에 가장 취약한 이들은 단순노무직(전체의 20%가량) 노동자들이다. 실내외 작업장에서 발생한 온열질환자가 424명으로 가장 큰 비중(38%)을 차지한다. 사정이 이런데도 여전히 폭염에 무방비 상태인 일터가 적지 않아 시급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1일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지회는 폭염 시 휴게시간 보장 등을 요구하는 파업을 벌였다.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파업 참가자들은 해마다 여름이 돌아오는 것이 두렵다고 한다. 에어컨 설치가 충분하지 않고 대형 송풍기나 산업용 공기순환기에 의존하는 작업장의 경우, 더위를 견디지 못하고 쓰러지는 이들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566조는 폭염에 노출되는 장소에서 노동자가 적절하게 휴식하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열사병 예방 가이드’로 체감온도 33도 이상에서는 매시간 10분씩, 35도 이상이면 매시간 15분씩 그늘에서 휴식하도록 권고한다. 하지만 이런 지침은 강제력이 없는 권고사항일 뿐이어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업무 과다로 하루에 고작 15분만 쉬었다는 하소연마저 나온다.
지구온난화로 기상 변동성이 커지면서 극단적 날씨는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최근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구온난화 시대가 끝나고 지구열대화 시대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도 아마존 배송기사와 물류창고 노동자 일부가 폭염 속에서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달라며 파업을 벌이고 있다. 전 지구적으로 안전한 일터를 위해 더 엄격한 기준을 마련해야 하는 시점이다. 현재 국회에는 폭염 시 업무의 일시 중지나 휴게시간 확대 등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여럿 발의돼 있다. 고온에 대비하는 보건조치를 상위법에 의무화해놓고도 정작 시행령 등 하위규정에선 용광로 등 고열작업으로 범위를 축소시킨 것도 개선이 필요하다. 폭염이 노동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일이 없도록,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