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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쿠팡 노동자, 10분 휴식 위해 파업…“사우나 출근하는 기분”

등록 2023-08-01 18:05수정 2023-08-02 18:19

‘폭염 때 시간당 10분 휴식’ 정부 수칙 이행 요구
쿠팡 본사. 한겨레 자료사진
쿠팡 본사. 한겨레 자료사진

쿠팡 대구물류센터에서 3년째 일하고 있는 이창률(57)씨는 “매일 아침 사우나로 출근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주문 물품을 정리·포장하는 이씨의 작업 현장에는 에어컨 없이 선풍기와 산업용 서큘레이터만 있다.

이씨는 “최근 방학을 맞아 대학생 아르바이트가 많이 오는데, 학생들이 너무 더워서 일하다 기절하는 일도 있다. 여름마다 서너번은 발생한다”고 했다.

하루 8시간(점심시간 제외) 일하는 이씨에게 폭염기 추가로 주어지는 휴식시간은 “하루 15분이 전부”라고 했다. 고용노동부의 ‘열사병 예방 3대 기본수칙 이행 가이드'에선 체감온도 33도 이상일 땐 1시간마다 10분씩, 35도 이상일 땐 15분씩 노동자가 쉬도록 권고하지만 현장에선 지켜지지 않은 셈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가 폭염 때 노동부 가이드에 따른 시간당 10분의 휴식 시간 보장 등을 요구하며 8월1일 하루 파업했다. 2021년 6월 노조를 만들고 첫 파업이다.

지회는 파업을 알리는 기자회견문에서 “짧게나마 자주 쉬며 열기와 고된 노동으로 뜨거워진 몸을 잠시 식힐 수 있다면 건강과 안전을 지킬 수 있다”고 했다.

7월26일 인천 서구 쿠팡 인천4물류센터에서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가 휴게시간을 보장하라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제공.
7월26일 인천 서구 쿠팡 인천4물류센터에서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가 휴게시간을 보장하라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제공.

회사가 휴게 시간 기준이 되는 체감 온도 측정을 자의적으로 하고 있으며, 그에 따라 정부의 가이드조차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이 노조 쪽 주장이다. 노조 쪽은 “(파업하는)1일 오전 10시 기준 쿠팡 인천4물류센터 4층 기온은 34.2도, 체감온도는 35도인데 이날도 휴게 시간은 하루 1회, 20분에 불과했다”고 했다.

반면 사측인 쿠팡풀필먼트서비스는 입장문을 내어 “정기 온열질환 예방교육을 실시하고 주기적으로 온·습도를 측정해 법정 휴게시간 외 추가 휴게시간을 부여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 쿠팡물류 노동자들의 파업은 지명 파업(노동자 소수만 노동법상 파업을 하고 다른 노동자는 임금 보전을 위해 연차나 휴가 등을 쓰는 것)형태로 동참한 대부분 노동자가 휴가를 내거나 결근했다.

쿠팡 같은 물류센터 노동자에게 ‘더위’는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꼽혀왔다. 김형렬 가톨릭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등이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 356명을 대상으로 2021년 실태조사한 결과를 보면, ‘일과 관련해서 건강에 영향을 주는 요인’을 묻는 질문에 “더위의 영향이 (매우)크다”고 답한 이들이 74.4%로 가장 많았다. 이는 장시간·야간 노동 환경을 꼽은 응답보다도 높다.

지난해 산업안전보건규칙이 개정돼 폭염 때 사업주에게 적절한 휴식을 취하도록 하는 규정을 담았지만, 그 구체적인 내용은 의무 조항이 아닌 가이드 수준의 권고 사항에 머물고 있다.

권영국 중대재해전문가넷 변호사는 “산업안전보건법엔 ‘고온’에 의한 작업일 때 환기 장치, 휴게 시설 등 보건 조처를 의무화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법 시행령에 용광로 같은 ‘고열 작업’만 대상으로 범위를 축소하면서, 폭염 속의 노동은 이 의무에서 벗어났다”며 “노동부 가이드라인의 체감온도 33도 기준도 너무 높다”고 덧붙였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폭염 노동의 위험은 여전히 만연하다. 지난 6월19일엔 경기 하남시의 코스트코 주차장에서 카트 정리 업무를 하던 30대 노동자가 쓰러져 숨졌다. 당시 낮 최고기온은 33도, 폭염 주의보가 내려진 상태였다.

이에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1일 폭염 대비 긴급회의에서 “극심한 폭염에 따라 열사병 등 온열질환 발생의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 사업주가 작업중지권을 행사해 근로자의 건강장해 예방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했다.

김해정 기자 se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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