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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습식 사우나’ 갇힌 한반도…습한 폭염이 더 무서운 이유

등록 2023-08-01 17:42수정 2023-08-02 14:43

전국 대부분 체감온도 35도에, 습도 60% 안팎
‘습한 폭염’ 땐 땀 기화 안 돼 온열질환 위험 커져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 특보가 내려진 지난달 27일 오전 경기도 파주 통일대교에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 특보가 내려진 지난달 27일 오전 경기도 파주 통일대교에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최근 기온과 습도가 모두 높은 ‘습한 폭염’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높은 습도는 체감온도를 끌어올릴 뿐만 아니라, 땀을 증발시켜 열을 식히는 작용도 어렵게 해 열사병(체온 조절 기능 상실)을 비롯한 온열질환 위험도 더 커진다. 질병관리청은 온열질환 예방을 위해 더운 시간대엔 활동을 가능한 한 자제하고, 갈증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물을 규칙적으로 마시라고 권고한다.

기상청은 1일 당분간 높은 기온과 습도가 동시에 유지돼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일 최고 체감온도가 35도 안팎으로 오르겠다고 예보했다. 이날 서울 지역 체감온도가 34.4도까지 치솟았던 오후 1시30분 당시 기온은 33.9도, 습도는 60%였다. 같은 시각 인천 64%, 경기 파주 68%, 강원 철원 66%, 대전 56%, 부산 57% 등 한낮 습도가 60% 안팎인 곳이 많았다. 우진규 기상청 통보관은 “보통 우리나라 한낮 습도는 40∼50%이고 여름철에는 이보다 높지만, 최근 수증기가 많이 공급돼 습도가 더 높은 상황”이라며 “우리나라를 덮고 있는 북태평양고기압이 습한 성질을 갖고 있고, 이에 더해 북서진하고 있는 제6호 태풍 카눈이 수증기를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폭염을 기온과 습도가 모두 높은 ‘습한 폭염’, 건조한 가운데 태양열이 내리쬐는 ‘건조한 폭염’으로 나눈다. 지난해 하경자 부산대 교수(대기환경과학)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기후와 대기과학’에 게재한 논문에서 습도 33% 이하일 때 폭염을 건조한 폭염, 습도 66% 이상일 때 폭염을 습한 폭염으로 정의했다. 이 논문을 보면, 한반도는 습한 폭염이 자주 발생하는 지역이다. 특히 사람이 느끼는 열 스트레스 지수는 건조한 폭염에서보다 습한 폭염에서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습한 폭염은 앞으로 더 자주 발생하고 더 오래 지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하경자 교수는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해수면 온도가 올라갈수록 바다에서 뿜는 수증기가 많아지기 때문에 한국처럼 바다로 둘러싸인 국가에선 습한 폭염이 더 자주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의료진은 습한 폭염이 건조한 폭염보다 건강에 더 큰 해를 끼칠 수도 있다는 견해를 내놨다. 사람 몸에서 나오는 열은 땀이 증발되면서 함께 제거되는데, 습도가 높으면 이런 기능이 잘 이뤄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박민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땀을 내 기화(액체가 기체 상태가 되는 현상)하는 과정에서 열이 떨어지는데, 습하면 이 과정이 잘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건조할 때보다 체온 조절이 어려울 수 있다”며 “습하면 호흡 자체도 힘들어지기 때문에 온열질환으로 이어지기 쉽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질병관리청의 온열질환 감시체계 운영 결과를 보면, 의료기관 504곳이 참여하는 표본조사가 시작된 5월20일부터 지난 31일까지 집계된 온열질환자는 1191명이며 사망자는 13명에 이른다. 특히 사망 사례 76.9%(10명)는 7월28~30일 사흘간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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