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절인 지난 1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 분신한 뒤 치료 끝에 숨진 민주노총 강원건설지부 양회동씨의 빈소가 4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장례는 노동조합장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강창광 선임기자
지난 1일 ‘건폭몰이’에 항의해 분신한 뒤 하루 만에 숨진 민주노총 건설노조 강원지역 소속 양회동 지대장의 장례가 4일부터 노동조합장으로 치러진다. 21세기에 노동자가 탄압에 저항하며 분신하는 사태를 목도해야 하다니 참담하다. 스스로 목숨을 내놓을 만큼 절박했던 양씨의 처지와 심경을 우리 사회 모두가 깊이 헤아려야 한다.
양씨는 가족과 건설노조, 야당 앞으로 3통의 유서를 남겼다. 야당이 지난 3일 공개한 유서에서 양씨는 “억울하고 창피하다. 정당한 노조 활동을 한 것뿐인데 윤석열 검찰 독재정치의 제물이 되어 지지율을 올리는 데 많은 사람이 죽어야 하고, 죄 없이 구속돼야 한다”며 “무고하게 구속된 분들 제발 풀어달라”고 호소했다. 양씨도 조합원 채용을 강요하고 노조 전임비를 요구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상태였다. 노조 쪽은 ‘채용 강요’가 아니라 단체협약에 따른 ‘조합원 채용 차별 금지’ 요구일 뿐이며, 노조 전임비 역시 단체협약에 근거를 두고 있다고 반박한다. 양씨와 함께 청구된 전·현직 건설노조 간부 2명의 구속영장은 모두 기각됐다.
그런데도 정부는 노조의 불법행위가 판치는 것처럼 호도하며 몰아가기 수사에 매달리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월 ‘건폭’이라는 신조어까지 동원하며 강력 단속을 지시한 뒤 수사 강도는 더 높아지고 있다. 올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배당된 특진자 510명 가운데 50명이 ‘건폭’ 수사 몫이라고 한다. 전세사기 수사에는 30명이 할당됐다. 경찰이 사회적 재난에 가까운 전세사기 대응보다 건설노조 옥죄기에 더 몰두하고 있는 셈이다. 조직폭력배가 개입된 건설현장의 불법행위 등은 물론 엄단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 3월 경찰의 중간수사결과 발표 때도 이런 유형의 불법행위에 연루된 양대 노총 조합원은 없었다. 그런데도 노조를 집중 겨냥해 무리한 수사를 벌인다면 정치적 목적을 위한 수사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방한 중인 국제건설목공노련 앰벳 유손 사무총장은 <한겨레> 인터뷰에서 현 상황을 “체계적인 탄압이고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라고 평가하며 “대통령과 정치인이 공개적으로 노조 혐오 발언을 하는 것 자체가 국제적 인권 기준에선 벌어질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다음달 국제노동기구 총회에 오르는 노동 관련 최악의 국가 사례에 한국을 포함시키는 것도 추진하겠다고 한다. 정부는 우리나라를 ‘노동 후진국’으로 급격히 퇴행시키는 ‘건폭몰이’와 노조 때리기를 당장 중단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