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방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김병주 의원과 야당 위원들이 5일 오후 수도방위사령부 예하 방공진지를 찾아 무인기 대비태세를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6일 북한 무인기가 용산 대통령실 일대 비행금지구역에 진입했을 것이라는 문제제기를 강하게 부인하던 군이 뒤늦게 이를 시인했다. 대응부터 분석까지 총체적인 무능과 부실을 드러내며 안보 신뢰도 훼손됐다. 경위와 책임을 분명히 따져야 한다.
합동참모본부(합참)는 5일 “조사 결과 서울에 진입한 적 소형 무인기 1대로 추정되는 항적이 비행금지구역(P-73)의 북쪽 끝 일부를 지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P-73은 용산 대통령실과 국방부 청사를 중심으로 하는 반경 3.7㎞ 구역이다. 당시 레이더에 항적이 일부 잡혔으나 작전 요원들은 이를 무인기라고 평가하지 않았는데, 이후 다시 분석해 확인하는 데 일주일 넘는 시간이 걸렸다는 것이다. 침범 당일 출격한 KA-1 전술통제기가 추락하고 지상 대공무기들은 표적 정보가 없어서 사격 시도조차 못한 대응 부실부터 정보 평가, 판단까지 곳곳에 구멍이 뚫린 참담한 상황이 드러났다.
무능 이상으로 심각한 문제는 군의 말 바꾸기다. 애초 무인기의 용산 인근 비행 가능성 보도가 나왔고, 29일에는 국회 국방위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이 비행 궤적을 근거로 문제를 제기했다. 당시 “근거 없는 이야기” “적을 이롭게 하는 행위”라며 격렬히 부인하던 국방부와 합참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이를 보고한 다음날에서야 국민에게 북 무인기의 비행금지구역 진입 사실을 공개했다. 군 통수권자인 윤 대통령이 전날 이런 보고를 받았는데도 대통령실이 ‘9·19 군사합의 효력정지 검토’ 지시만 전한 것 또한 이해하기 어렵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군의 사고와 은폐 의혹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지대지 탄도미사일 현무-2C의 낙탄사고는 8시간 뒤에야 공개했고, 11월에는 중거리 유도무기 천궁과 정밀 유도탄 발사에 실패했는데도 ‘정밀 타격에 성공했다’고 버젓이 보도자료를 내기도 했다. 이날도 합참은 “북 무인기의 능력을 고려할 때 용산 대통령실 촬영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는데, 안보 불신을 자초한 군의 해명을 곧이곧대로 국민들이 믿을 수 있겠는가. 국가정보원은 국회 정보위에서 촬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강화와 남북 정상의 잇단 극단적 강경 발언으로 긴장이 높아진 상황에서 대통령실과 군의 대응은 무책임하고 불안하다. 대통령과 군은 이번 사태의 경위를 국민에게 낱낱이 밝히고 사과해야 한다. 책임자를 문책하고 군의 태세를 바로잡아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