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서울 송파구 송파구청 상황실에서 직원들이 이날 오전 보건 당국이 발표한 코로나19 신규 확진 숫자를 점검하고 있다. 오미크론 변이가 폭발적으로 확산하면서 이날 신규 확진은 62만1328명을 기록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오미크론 변이 대유행이 정점으로 치달으면서 17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60만명대로 급증했다. 전날 시스템 오류로 누락된 확진자가 하루 늦게 반영된 수치이긴 하지만, 이틀간 집계된 확진자 수가 100만명에 이른다. 엄청난 폭증세다. 하루 사망자 수도 400명을 넘어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정부의 섣부른 낙관이 초래한 방역 정책 실패의 결과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 수가 62만1328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전날(40만711명)보다 22만여명이 늘었다. 1주간 하루 평균 38만7000여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사망자도 전날보다 2배 넘게 급증해 429명이나 됐다. 이런 증가세는 방역당국의 예측치를 뛰어넘는 것이다. 방역당국은 최근 국내 여러 연구기관의 전망을 토대로 유행의 정점 시기를 16~22일, 유행 규모를 32만~37만명(주간 일평균 기준) 수준으로 예측한 바 있다. 더 큰 문제는 현재의 증가세에 비춰볼 때 유행 정점 시기가 늦춰지거나 정점 구간이 길어지고 정점기의 유행 규모도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처럼 방역당국이 제시한 정점 예측이 번번이 빗나가는 이유는 정부가 연구기관들의 시뮬레이션 결과를 근거로 낙관론을 제시하며 ‘방역 완화’ 신호를 끊임없이 내보냈기 때문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 정책 기조가 계속 완화 쪽으로 움직이다 보니 방역 긴장감이 이완돼 유행 규모가 예측치를 뛰어넘는 일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낙관론의 근거로 ‘계절 독감’(인플루엔자) 수준으로 낮아진 치명률과 중환자 병상 여력을 든다. 물론 최근 오미크론의 치명률이 0.09%로, 독감(0.04~0.08%)과 비슷한 수준으로 낮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오미크론의 전파력과 유행 규모는 독감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독감은 연간 250만~500만명이 걸리지만, 오미크론 확진자는 최근 두달 동안에만 650만명에 이른다. 치명률이 비슷하다 하더라도 훨씬 많은 사망자가 나올 수밖에 없다. 중환자 병상도 아직은 여유가 있다고 하지만 지금과 같은 규모의 유행이 이어진다면 머잖아 ‘병상 대란’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병상이 부족해지면 고위험군이 제때 치료를 못 받아 목숨을 잃는 일이 속출할 수 있다.
오미크론 대응 방역 체계의 핵심은 고위험군 보호와 피해 최소화라 할 수 있다. 의료 대응 여력을 뛰어넘는 규모로 유행이 확산되면 달성하기 힘든 목표다. 일상 회복에 대한 조급증을 버리고 엄혹한 현실을 직시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