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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새 백만명…“해열·소염제 동났다” 약사도, 환자도 ‘발동동’

등록 2022-03-17 20:28수정 2022-03-18 02:02

천장뚫린 확진에 보건의료 현장 전례없는 큰혼란
병의원 검사 긴 대기줄…약사들은 도매상에 재고 통사정
재택치료자 “병원통화 안돼”…가족들 약찾아 약국헤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전날 대비 22만여명이 늘어 62만1328명을 기록한 17일 오후 코로나19 전담병원인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에서 119 구급대원과 의료진이 병원에 도착한 환자를 감염병 전문 병동으로 이송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전날 대비 22만여명이 늘어 62만1328명을 기록한 17일 오후 코로나19 전담병원인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에서 119 구급대원과 의료진이 병원에 도착한 환자를 감염병 전문 병동으로 이송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상 최초로 ‘코로나19 하루 확진자 60만명대, 사망자 400명대’(17일 0시 기준)를 기록한 가운데, 전국 보건의료 현장에서 전례 없는 대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수용능력을 초과한 병·의원과 보건소, 약국 등은 인력 부족과 약품 부족을 하소연하고, 이용자들도 혼란을 겪으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갑작스러운 확진자 폭증에 따라 일반 직장에서도 업무 마비 등이 우려되고 있다.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를 해주는 동네 병·의원(호흡기전담클리닉)은 넘쳐나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17일 정오께 찾은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 인근 한 이비인후과의원 접수처 직원은 “20분 정도 기다리셔야 한다. 보통은 40분 정도 기다려야 하니 지금 받으시는 게 빠른 편”이라고 말했다. 이미 대기실에 적잖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점심시간을 이용해 신속항원검사를 받으려는 직장인들의 발길은 계속 이어졌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 사는 이아무개(54)씨는 “이 근처 동네에 코로나 검사 지정병원이 딱 3곳이라 대기 환자가 1시간은 기본”이라며 “병원 앞 복도에까지 긴 줄이 늘어서 있다. 보건소 검사 때보다 시간도 더 걸리고 위험해 보인다”고 했다.

해열제·감기약 수급도 비상이다. 서울 관악구의 한 약국은 “코로나19 증상이 생긴 사람이 워낙 많아 타이레놀은 다 떨어졌다. 다른 해열제를 추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용인에 사는 40대 정아무개씨는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고 나서 인후통에 효험 있다고 소문난 약을 구하려고 남편이 인근 약국 4곳을 돌고 서울까지 다녀왔지만 결국 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한 약사는 “코로나19 처방에 필수적인 게 소염해열진통제인데, 도매상에서 지난주 초부터 아예 주문을 받지 않고 있다. 직접 제약회사에 전화했더니 ‘생산 위탁업체에서 3월 말쯤이나 신규 물량이 들어올 예정’이라고 말하더라”며 “재고분이 떨어지면 처방 없이 살 수 있는 일반 감기약을 사서 먹으라고 할 수밖에 없다. 환자가 미어터져 일하기도 바쁜데 틈날 때마다 도매상과 제약회사에 전화해서 약 언제 들어오느냐고 조르는 게 일”이라고 말했다.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당국의 관리에도 빈 구멍이 커지고 있다. 확진자 가운데 60살 이상은 집중관리군으로 분류해 의료기관에서 하루 두 차례 전화를 걸어 환자의 상태를 점검하는데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재택치료 중인 80대 임아무개(경남 김해시)씨는 “어제 하루 병원에서 한 차례 전화가 왔고 오늘 오전까지는 전화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서울 관악구에 사는 문아무개(67)씨는 “손자가 재택치료를 받고 있는데 열이 40도가 넘어가도 약을 처방해준 소아과는 계속 통화 중이라 가슴만 졸였다”고 했다.

전담병상 부족으로 임신부가 수백㎞ 떨어진 병원으로 이동해 출산하는 일도 흔해지고 있다. 지난 13일 경기도 평택의 한 임신부는 수도권과 강원지역 병원 30여곳에서 ‘수용 불가’ 통보를 받고 수소문 끝에 경남 창원 경상대병원으로 이송돼 출산할 수 있었다. 앞서 10일에도 경기도 광명시 한 30대 임신부가 구급차로 충남 홍성군까지, 8일에는 경기도 광주시 산모가 헬기로 전북 남원시까지 이송돼 출산하기도 했다.

17일 오후 광주 북구 상시선별진료소에서 보건소 의료진이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오후 광주 북구 상시선별진료소에서 보건소 의료진이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자 학교에서도 업무 공백이 이어지고 있다. 경북 구미 한 고등학교 교사 박아무개(30)씨는 “학생 확진자도 많지만 지금 동료 교사 5~6명이 확진돼 격리됐다. 확진된 교사의 수업 시간을 다른 교사가 보강수업으로 들어가는데, 보강수업이 많아지면 학생들에게 자습을 시킨다”고 말했다. 코로나에 감염되고도 여건상 쉴 수 없는 직장인들도 많다. 서울 중소기업에 다니는 여성 박아무개(29)씨는 “14일 확진돼 자가격리 중인데 회사와 거래처에서 끊임없이 연락이 온다. 팀이 제일 바쁠 시기이긴 하지만 몸이 안 좋은데 일은 해야 하는 상황이 서럽다”며 “목소리가 너무 안 나와서 양해 구하고 메신저로 연락하기도 하고, 약 먹고 졸려서 비몽사몽 상태로 연락하는데 이게 뭐 하는 건가 싶었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아무개(48·서울 서초구)씨는 “이미 회사에 확진자가 여럿 나온 상황에서 나마저 걸리면 일이 돌아가지 않을 것 같아 몸살 기운이 있는데도 신속항원검사를 계속 미루고 있다”며 “재택근무로 돌리긴 했지만 회사 일 때문에 가족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생각에 불안하다”고 했다.

김광수 서혜미 이우연 기자 kskim@hani.co.kr,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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