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후계자 김정은 최대과제는 ‘인격적 리더십’

등록 2010-11-01 10:17

북한의 2대 목표와 핵심 과제
북한의 2대 목표와 핵심 과제
최근 잇단 공개행보로 대중적 권위쌓기 시도
남쪽도 우호환경 통해 북 개혁·개방 이끌어야
[싱크탱크 맞대면] 3대세습 북한이 가야할 길

김정일의 경우, 오랜 동안의 지도와 업적을 쌓음으로써 마침내 ‘유일지도체제’를 세울 수 있었다. 이에 비해 현재 김정은의 지위와 위치는 ‘위로부터의 권위 부여’에 의해 주어진 것이다.

44년 만에 열린 지난 9월28일 북한의 당대표자회는 김정일의 건재함을 과시함과 동시에 새로운 후계자로 김정은을 공식화했다. 김정일 후계의 경험과 비교하면, 1974년에서 1980년의 시간을 압축해놓은 듯하다. 직책과 이름, 그리고 사진까지 공개했으니, 그의 후계 승계는 적어도 북한의 핵심 간부 특히 혁명 2세대와 3, 4세대 핵심 간부들에게는 공유된 것으로 보인다. 다른 한편 김정은에게 부여된 직책이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인 것으로 보아, 역시 ‘선군시대’의 가장 핵심적인 권력기관인 군부로부터의 후계 승계를 시작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 북한은 2010년 ‘강성대국의 대문을 여는 해’를 목표로 한다. 이러한 조건에서 후계체제의 안정적 구축은 크게 두 가지 과제를 안고 있다. 후계자가 당-정-군의 확고한 지도자로서의 리더십을 구축하는 것이 하나라면, 다른 하나는 대외적으로 우호적인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될 것이다. 즉, 남북관계의 개선과 북미관계의 진전이 그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당분간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의 문제 등 대외적인 분야에서는 김정일이 직접 관장할 가능성이 높고, 김정은은 김정일을 지척에서 보좌하면서 필요한 실무적 사업을 총괄할 가능성이 높다. 김정은 자신의 당면한 과제는 북한 내에서의 유일지도체제를 구축하는 사업이 될 것이다. 즉, 당-정-군에서 유일지도체제 구축을 위한 지도와 권위를 세워나가는 것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미 당-정-군의 지도자로서 리더십 구축은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당대표자회 이후, 김정은은 김정일을 따라 연합군사훈련을 참관했고, 10월10일의 당창건 기념일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김정일을 지척에서 보좌하면서 본격적인 업적쌓기와 그에 대한 선전이 시작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과거의 경험과 비교하자면, 1980년 당대회를 거치면서 김정일을 의미하던 ‘당중앙’이라는 은유가 사라지고, 김정일이라는 이름이 굵은 글씨로 표기되기 시작한 것과 유사하다. 이는 그 시점에서 이미 김정일이 상당한 정도로 당-정-군에서 자신의 지도체제를 수립했음을 의미했다. 이와 비교하면, 김정은의 이름과 얼굴, 그리고 그의 행적이 보도되고 있음은 상당한 정도로 그에 대한 후계자로서의 권위 부여가 이루어졌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과연 김정은이 과거 김정일만큼 권력 장악에 성공했고, 또 유일지도체제 구축을 진척시켜 나갔는지는 의문이다. 김정일의 경우, 오랜 동안의 지도와 업적을 쌓음으로써 권위를 확립하고 마침내 ‘유일지도체제’를 세울 수 있었다. 이에 비해 현재 김정은의 지위와 위치는 적어도 현재까지의 정보에 기초한다면 ‘위로부터의 권위 부여’로 말미암아 주어진 것이다. 지금과 같은 ‘위로부터의 권위 부여’는 아직 첫출발일 뿐 대중적인 권위의 획득, 즉 인격적 리더십의 확립이라 보기는 어렵다. 이런 점에서 보자면, 김정은에게 주어진 과제는 인격적 리더십을 성공적으로 구축하는 것이어야 한다.


따라서 북한은 후계체제의 안정적인 구축을 위해서도, 그리고 자신들이 설정한 강성대국 건설의 목표를 위해서도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고자 할 것이다. 즉, 후계체제의 안정적인 구축을 위한 내부의 정비와 더불어 우호적인 대외 환경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위기 조성보다는 대화를 통한 협력의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이라 할 수 있다. 현재 드러나는 것처럼 중국과의 협력 강화 및 대남·대미 유화 제스처를 보이는 것은 그들이 당면에 내세우고 있는 과제를 해결하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지난 당대표자회를 계기로 마련된 당의 정상화와 사회적 기능의 강화에 많은 역량이 집중될 것이다. 그것은 후계체제의 안정적 구축의 가장 핵심적인 요구가 전당-전군-전민을 대상으로 한 지도력의 검증과 인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김정은은 당조직에 대한 지도와 더불어 당을 통한 군의 지도, 그리고 대중에 대한 지도에 우선적인 노력을 집중할 것이다.

이러한 조건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3대 세습에 대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이를 교정할 수 있는 수단을 우리는 갖고 있지 못하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은 북한의 새로운 후계자 그리고 새로운 엘리트가 남북관계의 개선과 북한판 ‘개혁·개방’에 좀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어야 한다. 과거의 경험에 빗대면, 새로운 후계체제의 구축을 위한 대외적 위기 조성을 피하도록 하고 지속적인 관계의 확대에 나서도록 하는 것이 될 것이다. 자칫, 후계체제의 구축을 서두르는 과정에서 대남 위기 조성과 대외 강경책의 유혹에 빠질 수도 있는 위기를 사전에 방지하는 것은 결국 지속적인 남북관계의 발전 이외에는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북한이 보여주는 대화의 손길을 외면하지 않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정영철 서강대 교수·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정책위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한동훈, ‘특감’을 ‘민심’이라 우기는 까닭 [10월31일 뉴스뷰리핑] 1.

한동훈, ‘특감’을 ‘민심’이라 우기는 까닭 [10월31일 뉴스뷰리핑]

국민의힘 중진들이 옳다 [성한용 칼럼] 2.

국민의힘 중진들이 옳다 [성한용 칼럼]

‘보수 개신교계’가 생산하는 혐오의 쓰나미가 몰려온다 [한채윤의 비 온 뒤 무지개] 3.

‘보수 개신교계’가 생산하는 혐오의 쓰나미가 몰려온다 [한채윤의 비 온 뒤 무지개]

‘사회학과 장례식’의 시대 [세상읽기] 4.

‘사회학과 장례식’의 시대 [세상읽기]

이미 예견됐던 ‘채식주의자’ 폐기 [한겨레 프리즘] 5.

이미 예견됐던 ‘채식주의자’ 폐기 [한겨레 프리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