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인들은 1960년대부터 평화와 차별 없는 삶에 대한 열망을 모아 “그 강에서 그 바다까지, 팔레스타인은 자유로우리라”고 외쳐왔다. 여기서 그 강은 요르단강을, 그 바다는 지중해를 말한다. 그러니까 지금의 이스라엘과 요르단강 서안, 가자지구를 포함한 과거 팔레스타인 땅 전역을 가리킨 말이다.
이 구호는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래 살던 곳에서 쫓겨나고 차별과 박해를 받아온 팔레스타인 주민에 대한 연대와 지지의 뜻으로 쓰이며, 많은 경우 “그 강에서 그 바다까지”로 줄인 표현이 상징적으로 널리 쓰인다.
그러나 이 구호는 논란의 대상이다. 누가 어떤 의도로 외치느냐에 따라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열어놓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가자지구의 무장단체 하마스는 2017년 조직 규약에 “그 강에서 그 바다까지 팔레스타인의 완벽하고 완전한 해방 이외의 어떤 대안도 거부한다”며 이 구호를 끌어들이고 있다. 유대인 단체는 이런 용법에 주목해 이 구호에 “이스라엘과 유대인을 말살하겠다는 뜻이 담겼다”며 증오와 혐오의 언어라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그렇지만 많은 팔레스타인 활동가들은 “평화롭고 자유롭게 살고 싶은 팔레스타인인들의 염원이 담겼을 뿐 반유대 용어가 아니다”라고 반박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출신 미국인 작가 유세프 무네이여는 2021년 “이 표현에서 유대인 말살의 증오를 읽는 것은 그들 마음에 이슬람 혐오·증오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현실에서 ‘그 강에서 그 바다까지’를 폭력적으로 독차지하려는 혐의는 이스라엘 쪽이 더 짙다. 이스라엘은 유엔 등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요르단강 서안의 불법 정착촌 건설을 멈추지 않으며, 이곳을 이스라엘 영토로 기정사실화하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리쿠드당은 애초 당헌에서 “그 강과 그 바다 사이에 이스라엘 국가만 존재할 것”이라고 밝힌 적도 있다.
미국과 유럽 사회는 늘 그렇듯 이번에도 일방적으로 이스라엘 편을 들고 있다. 미국 하원에서는 유일한 팔레스타인 출신인 러시다 털리브 의원이 ‘그 강에서 그 바다까지’ 발언이 나온 집회 영상을 소셜미디어에 공유했다가 ‘반유대주의’로 몰려 징계를 받았다. 영국에서도 앤디 맥도널드 노동당 의원이 집회에서 이 구절을 입에 올렸다는 이유로 당직 정직 처분을 받았고, 오스트리아 빈에선 집회 알림장에 이 구호가 들어 있다는 이유로 집회가 불허됐다.
박병수 국제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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