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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트럼프의 불가사의한 인기

등록 2023-09-17 19:03수정 2023-09-18 02:37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4일(현지시각) 조지아주 풀턴 카운티 구치소에 출석한 뒤 애틀랜타공항에서 기자들을 만나고 있다. 애틀랜타/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4일(현지시각) 조지아주 풀턴 카운티 구치소에 출석한 뒤 애틀랜타공항에서 기자들을 만나고 있다. 애틀랜타/AP 연합뉴스

[세계의 창] 존 페퍼 |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도널드 트럼프는 4개 중범죄 사건에서 91가지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런 그는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경쟁에서 크게 앞서는 선두 주자다. 여론조사에서 모든 경쟁자를 30%포인트 이상 앞선다.

가장 신기한 것은 조 바이든 대통령과 막상막하이고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앞서기도 한다는 점이다. 이어지는 미스터리 중 다른 하나는 바이든에 대한 낮은 호감도다. 미국 경제는 꽤 잘 굴러가고,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9월 정점을 찍은 뒤 내려가고 있다. 실업률은 4%를 밑돈다. 대부분의 미국인은 경제 문제로 표심을 정하지만 바이든의 업무 수행 지지도는 40% 안팎에 갇혀 있다.

바이든은 특별한 스캔들을 겪지도 않았다. 공화당은 집안 배경을 이용하려고 한 아들 헌터를 가지고 스캔들을 만들어내려고 하지만 바이든이 연루됐다는 증거는 나오지 않고 있다. 대외 정책을 놓고 엄청난 실수도 없었다. 아프가니스탄 철군은 더 잘 관리될 수도 있었겠지만 바이든은 트럼프가 만들어놓은 것을 토대로 상황을 다뤘을 뿐이다. 철군 과정의 혼란에 대한 대중의 기억은 옅어지고 있다. 한편 병력은 보내지 않은 채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조직한 것은 비교적 인기 있는 접근법이었다. 또 ‘기반시설 투자와 일자리법’이나 ‘인플레이션 감축법’ 같은 입법을 성공시켰다. 이런 법들을 통해 기반시설 개선, 경제 활성화, 화석연료 시대로부터의 이행에 1조달러 이상을 투입하게 됐다.

그런데 바이든의 인기는 왜 이 정도에 그치나? 왜 두번이나 탄핵당하고, 명백히 무능하고, 잇따라 기소당한 트럼프한테 지지율이 크게 앞서지 못하나? 답하기 쉬운 문제는 아니다. 부분적으로는 바이든의 나이 문제도 있다. 3년 전 미국인들은 불안한 트럼프의 대항마로 온건한 70대를 원했다. 하지만 지금은 좀 더 활기찬 인물을 원하는 것 같다.

바이든이 문제인 것만은 아니다. 트럼프 지지자들의 불만은 ‘시스템’에 초점이 있다. 미국인들은 지난 반세기 동안 정부에 대한 강한 혐오를 키워왔다. 이런 정서가 항상 논리적이지는 않다. 미국인들은 비대해진 연방정부를 맹비난하면서도 같은 정부에 노인의료보험 혜택 확대를 요구한다.

이런 적대감은 영국식 ‘시스템’을 타도한 미국혁명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의 서부로의 확장은 모험 강조, 자존, 무법 상태에 대한 찬미라는 프런티어적 사고방식을 낳았다. 미국인들의 삶에서 가장 평범했던 1950년대 아이젠하워 시기에도 비트족의 무정부주의적 정신이 번창해 1960년대 대항문화의 선도자 역할을 했다.

기득권에 대한 타고난 불신은 주기적으로 투표를 통해 정당들한테 권력을 빼앗으려는 충동을 낳는다. 기득권 세력은 현직 정치인에게 선거자금 모금에 상당한 이점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대처해왔다. 2022년 선거에서 현직 의원들의 98%가 연임에 성공했다. 하지만 유권자들은 대선에서는 조지 워커 부시, 버락 오바마, 도널드 트럼프, 조 바이든 등 극단적으로 다른 인물들을 선택하고 있다. 지금은 상당수가 트럼프를 다시 택하려고 한다.

이 억만장자 사업가는 무법자적인 정체성을 구축해왔다. 세금 탈루, 사업과 관련된 법률 무시, 정치적 규칙에 대한 거부를 자랑해왔다. 그는 처벌 시도는 자신의 인기를 올려줄 뿐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기소는 선거운동에 큰 그림자를 드리울 것이다. 유권자들의 상당수가 2020년 대선 결과를 뒤집으려 한 것은 유죄라고 본다. 기소로 인해 일시적으로 인기가 올라갈 수는 있지만 재판과 유죄 판결 가능성은 그의 재집권 가능성을 어둡게 만든다.

무법자적인 인물을 지지하는 것과 유죄를 선고받은 범법자를 백악관으로 보내는 것은 아주 다른 문제다. 미국인들이 그렇게 멀리 가지는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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