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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대만 총통선거 이후의 양안 관계 [세계의 창]

등록 2024-01-21 15:25

지난 13일 밤 대만 총통선거에서 승리한 라이칭더(왼쪽 둘째) 민진당 총통 후보와 샤오메이친(왼쪽 셋째) 부총통 후보가 손을 흔들고 있다. 타이베이/EPA 연합뉴스

 

왕신셴│대만 국립정치대학 동아연구소 석좌교수

 2024년 대만 선거가 막을 내렸다. 총통 선거에서 민주진보당(민진당) 라이칭더 당선자가 40%의 득표율로 승리했고, 입법원(국회) 선거에서는 국민당, 민진당, 민중당이 ‘과반 없는 여소야대’ 구조를 만들었다. 선거 이후 양안 관계에 대해 다음과 같은 견해가 있다.

첫째, 이번 선거는 미-중 전략 경쟁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 중대 국제 분쟁이 벌어지는 가운데 치러져 많은 외국 기자들이 취재를 위해 대만을 방문했고, 이들 중 다수는 이번 선거 결과를 대만 국민이 중국공산당에 맞서 민진당을 지지한 것으로 해석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중국에 반대해 대만을 지킨다’는 이슈는 2020년 총통 선거 때보다 훨씬 약화됐고, 오히려 정당 간 연대, 후보 자질, 국내 문제 등이 주요 쟁점이 됐다. 라이칭더 득표율이 40%에 그친 점을 볼 때 선거 결과를 양안 관계에 대한 국민투표로 손쉽게 해석해선 안 된다.

둘째, 중국공산당은 선거 전부터 라이칭더를 “틀림없는 대만 독립분자”로 규정하고 라이칭더와 러닝메이트 샤오메이친 조합을 “독립에 독립이 더해졌다”고 평했다. 라이칭더는 승리 뒤 연 외신 기자회견에서 중화민국의 헌법과 평화·안정, 현상 유지, 교류·대화 등을 언급하는 등 유연한 태도를 보였지만, 베이징이 보기에는 만족스럽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발언 내내 대만해협의 반대편을 ‘중국’이라고 지칭했고, 지난 8년의 양안 관계를 차이잉원 총통이 노력했지만, 중국공산당이 호응하지 않은 결과라고 평가했다. 2016년 차이 총통의 선거 승리 발언과 비교하면 라이칭더는 확실히 ‘베이징’과 더 멀리 떨어져 있다.

셋째, 중국은 이미 선거 직후 대만에 ‘복합 펀치’를 날리기 시작했다.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과 외교부는 선거 당일 밤 성명을 내어 “대만은 중국의 대만”이며 “대만 문제는 중국의 내정”이라고 밝혔다. 또 양안 간 정치적 관계에 대해 “하나의 중국 원칙을 구현한 1992년 합의”라고 했는데, 이는 최근 몇년 썼던 “하나의 중국 원칙과 1992년 합의”라는 표현보다 더 강경해진 것이다. 이를 통해 중국이 ‘전략적 모호성’에서 ‘전략적 명확성’으로 회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밖에 태평양 섬나라 나우루가 선거 직후 대만과 외교 관계를 단절하고 중국과 외교 관계를 재개한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중국의 외교 압력의 결과임이 분명하다.

이런 것들은 ‘애피타이저’에 불과하다. 중국은 대만의 ‘40% 득표 총통’과 ‘여소야대’가 어떤 의미인지, 미국의 역할은 무엇인지 등을 고민하고 있고, 아직 어떻게 대응할지 완전히 결정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만약 결정이 내려지면 중국은 군사·경제·외교적으로 대만에 더 큰 압력을 가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선거는 대만만의 선거가 아니라 미-중 관계의 발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미·중은 여러 문제, 특히 대만해협 문제에 대해 이견이 있지만 지난해 11월 미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대만해협의 군사적 위험을 통제하는 데 합의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강력한 도전을 피하기 위해, 올해 11월 미국 대선 전에 양안 관계가 악화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조 바이든 대통령은 대만 선거 직후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고,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미국은 하나의 중국 정책을 지지한다’고 재확인했다. 이런 행동은 모두 중국을 향한 것이며, 라이칭더가 5월 취임 연설에서 양안 관계에 대해 중국이 수용할 수 있는 발언을 하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몇달 동안 대만은 바깥으로는 미-중 전략 경쟁과 우크라이나 전쟁, 가자 전쟁, 각국의 선거 등을, 안으로는 소수파 총통과 여소야대 구조가 가져올 정치적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이를 통해 대만의 안보와 대만해협의 평화를 보장하기 위한 신중한 대응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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