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아들 헌터. 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아들 헌터가 불법 총기 취득 혐의로 기소됐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뿐 아니라 바이든 대통의 ‘사법 리스크’도 현실화하고 있다.
헌터의 범죄 혐의를 수사해온 데이비드 와이스 특별검사는 14일 마약 복용 사실을 숨기고 권총을 취득한 혐의로 그를 기소했다. 미국 현직 대통령 아들이 연방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헌터 바이든은 흥분제, 마약 또는 다른 종류의 규제 약물을 복용하거나 그것에 중독돼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화기를 소지해 연방 법률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헌터는 2018년에 총기 구매 신고서에 마약을 복용하지 않는다고 허위 사실을 적고 권총을 샀다. 당시 사귀던 형수(2015년에 숨진 형 보의 아내)가 그가 자해할 가능성을 걱정해 쓰레기통에 버리는 바람에 권총은 단 11일간만 보유했다.
헌터의 행위는 형식상으로는 최장 징역 25년에 처할 수 있는 범죄이지만 이런 사안에서 총기를 실제로 사용하지 않은 초범은 무겁게 처벌되지 않는다. 헌터의 변호인은 “헌터는 장전되지 않은 총을 11일간만 보유해 공공의 안전에 위협을 가하지 않았지만 검사는 정치적 압력에 굴복해 우리의 사법 시스템에 심각한 위협을 가했다”는 성명을 냈다. 덮어도 되는 일을 공화당의 공세를 신경써 법정으로 끌고갔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헌터를 둘러싼 법적 시비는 훨씬 복잡하다. 애초 그는 10만달러(1억3290만원)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를 놓고 검찰과 플리바기닝(유죄 인정 조건부 형량 감경)에 합의하면서 총기 문제는 면죄부를 받으려고 했다. 하지만 지난 7월 법원이 주관한 플리바기닝 확정 과정에서 헌터와 검찰이 서로 다른 말을 하면서 협상이 파기되는 소동이 일었다. 헌터는 자신에 대한 가장 큰 시비인, 외국 기업에서 거액을 받은 문제까지 플리바기닝 대상이라고 주장한 반면 검찰은 그 부분은 수사가 계속되고 있다고 했다. 이에 판사가 “그걸 적은 종이 값만도 못한 합의”라고 공박하며 합의는 없던 일이 됐고, 이번에 총기 문제에 대한 기소가 이뤄진 것이다. 세금 포탈에 대한 기소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지난 12일에는 공화당 소속인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헌터 문제와 관련해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를 지시했다. 공화당은 헌터가 우크라이나 에너지 기업 등에서 이사 등 직함과 함께 거액을 받은 것은 과거 부통령이었던 아버지의 영향력 때문이라며 공세를 가해왔다. 헌터의 행위와 바이든 대통령의 연관성을 밝혀내 탄핵 추진 근거를 삼겠다는 게 매카시 의장의 의도다. 와이스 특검도 헌터가 외국 기업들을 위해 일하며 ‘외국 대리인 등록법’을 위반했는지 수사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과 백악관은 헌터의 외국 기업 취업에는 불법성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헌터의 취업이나 이와 관련된 수사에 바이든 대통령의 영향력이 작용했다고 보는 여론이 상당하다. 대선을 앞두고 헌터에 대한 재판, 검찰 수사, 하원 조사까지 진행되는 것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무거운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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