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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성한용 칼럼] 윤석열 후보 대통령 자격 있나

등록 2022-01-03 16:22수정 2022-01-04 12:38

윤석열 후보는 지금 무척 억울하고 혼란스러울 것이다. 윤석열은 그냥 윤석열일 뿐이다. 도대체 뭐가 잘못된 것일까? 그런데 윤석열 후보는 과연 대통령의 자격을 갖췄을까? 갖추지 못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9월12일 ‘고발 사주’ 의혹을 수사하는 공수처에 대해 “기본이 안 돼 있다. 좀 많이 배워야 할 것 같다”며 거칠게 비난하고 있다. <KBS> ‘뉴스9’ 화면 캡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9월12일 ‘고발 사주’ 의혹을 수사하는 공수처에 대해 “기본이 안 돼 있다. 좀 많이 배워야 할 것 같다”며 거칠게 비난하고 있다. <KBS> ‘뉴스9’ 화면 캡처

성한용 | 선임기자

하이데거는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고 했다. 언어는 단순한 의사소통의 수단이 아니다. 인간 그 자체다. 인간이 언어를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언어가 인간을 지배한다. 신언서판(身言書判)의 두번째가 언어다. 언어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

방송인들은 사석에서도 가급적 막말이나 욕설을 하지 않는다. 방송 도중 자신도 모르게 막말이나 욕설이 튀어나올 위험을 막기 위해서다. 정치인도 마찬가지다. 사석에서 말을 함부로 하는 경우는 가끔 있어도 공개 석상에서는 말을 함부로 하지 않는다.

윤석열 후보의 막말이 화제다. 경쟁자인 이재명 후보를 “확정적 중범죄자”라며 “같잖다”고 했다. 정부 여당을 “무식한 삼류 바보들”이라고 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향해 “미친 사람들”이라고 했다. “공수처장을 구속 수사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동안 윤석열 후보를 대놓고 밀어주던 신문조차 사설에서 “놀라운 것은 정치 신인인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거친 말싸움에 앞장서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비판했다. 말의 내용도 문제지만 표정과 태도가 더 심각하다.

화가 잔뜩 난 표정으로 소리를 지르다시피 했다. 대통령에 당선되면 이재명 후보와 김진욱 공수처장을 곧바로 구속이라도 할 기세다.

왜 이러는 것일까? 지지율 하락세를 반전시키려고 일부러 그런다는 분석이 있다. 선대위 관계자는 “우리 지지층 앞인데 그 정도는 해야 한다”고 감쌌다. 대구·경북이라서 의도적으로 강한 모습을 보였다는 의미다. 그런가? 아닌 것 같다.

윤석열 후보의 최근 발언과 태도가 검사 윤석열, 인간 윤석열의 본래 모습에 훨씬 가까운 것 아닐까? 윤석열 후보의 본색이 이제야 드러난 것 아닐까? 윤석열 검사를 오래 취재했던 사회부 기자들은 이런 평가를 내놓았다.

“자기가 주도하는 자리에서는 말이 굉장히 많고 거침이 없었다. 동네 형 스타일로 시원시원하고 재미있게 말하는 스타일이었다.”

“검사치고는 독서량이 많은 편이어서 그런지 구라(이야기를 속되게 이르는 말)가 매우 셌다.”

윤석열 검사의 이런 스타일은 특수부 검사로 오랫동안 일한 경험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검사, 그중에서도 직접 수사를 많이 하는 특수부 검사들은 말이 험하고 태도가 거칠다.

대개는 중범죄자들을 다루면서 생긴 습성이다. 영화에서도 검사의 욕설과 폭력은 검사의 정의감을 돋보이게 하는 장치로 자주 등장한다.

윤석열 후보는 얼마 전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수사를 ‘공직자 신분으로 법 집행을 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맞는 말이다. 윤석열 검사가 잘못한 것은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무죄라고 믿는 사람들은 윤석열 후보를 비난하지만, 윤석열 검사가 가혹하게 수사하지 않았다면 정의가 무너졌을 것이다. 나라가 뒤집혔을 것이다.

윤석열 후보는 지금 무척 억울하고 혼란스러울 것이다. 그는 심지가 곧은 사람이다. 불의로 보이는 집단과의 대결을 불사하는 사람이다.

2013년 국정감사장에서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 외압을 폭로하며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했던 윤석열 검사, 2017년 적폐청산 수사를 지휘했던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2019년 조국 법무부 장관 수사를 밀어붙였던 윤석열 검찰총장, 약탈 정권을 끝장내고 반드시 정권교체를 하겠다고 기염을 토하는 윤석열 후보는 같은 사람이다. 윤석열은 그냥 윤석열일 뿐이다.

도대체 뭐가 잘못된 것일까? 검사는 기본적으로 흑백론자다. 사람을 유죄와 무죄로 가른다. 정치는 총천연색이다. 절대 선도 없고 절대 악도 없다. 정치인은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고 타협하는 사람이다. 검사가 곧바로 정치하면 안 되는 이유다.

윤석열 후보와 같은 파평 윤씨인 윤여준 전 장관이 2011년 <대통령의 자격>이라는 책을 냈다.

“가장 먼저 언급할 것은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인류가 발전시켜온 인문학을 토대로 인간 본성, 특히 자아에 대한 깊은 통찰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하겠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간에 대한 믿음과 이를 바탕으로 자아의 완성과 사회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려는 자기 철학을 정립하는 것이다.”

윤석열 후보는 과연 대통령의 자격을 갖췄을까? 갖추지 못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선대위 전면 개편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 같아서 하는 말이다.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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