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3일 오전 갑작스럽게 이후 일정을 취소하고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 승강기에 오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지지율 하락과 내분 등으로 ‘총체적 위기’에 내몰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선거대책위원회가 3일 해체 수준의 전면 개편 작업에 돌입했다. 1월 중순까지 지지율 반등에 성공하지 못하면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결과다. 하지만 배우자 김건희씨의 경력 위조 문제에 대한 내로남불식 태도 등으로 리더십과 자질 논란을 촉발한 윤석열 대선 후보가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주도한 선대위 쇄신 드라이브를 수동적으로 수용한데다, 이준석 대표의 대표직 사퇴 등을 둘러싼 당내 갈등이 확산하고 있어 선대위 개편의 실효성에 의구심을 갖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이양수 국민의힘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이날 “상임선대위원장, 공동선대위원장, 총괄본부장을 비롯해 새시대준비위원장까지 모두가 후보에게 일괄하여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 이수정 공동선대위원장, 김한길 새시대준비위원장 등 선대위 ‘수뇌부’가 총사퇴해 선대위를 원점에서 재구성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오전 회의에서 “국민 여론이 우리 선대위에 압박을 가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국민 정서에 맞게 개편해야 선거를 제대로 치를 수 있다는 판단이 들었다”며 “선대위의 전반적 개편을 단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윤 후보와 면담한 뒤 “후보로서는 갑작스러운 얘기를 들었기 때문에 조금 괴로운 것 같은데”라면서도 “(선대위 개편안을) 거부하거나 그러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석 대표의 선대위 이탈로 촉발된 내홍 격화와 윤 후보의 잦은 실언과 메시지 혼선 등으로 지지율 하락세가 이어지는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윤 후보와 사전 상의 없이 인적 쇄신을 통한 선대위 전면 개편으로 방향을 잡았다는 것이다.
이날 오전 한국거래소 개장식에 참석한 윤 후보는 김 위원장의 선대위 개편 발언이 알려진 직후 이후 일정을 전면 취소한 데 이어 4일 예정된 일정도 모두 취소했다. 종일 당사에 머물던 윤 후보는 이날 밤 기자들과 만나 “선거에 대해 많은 분들이 걱정하는 부분은 오로지 후보인 제 탓이고 제가 부족한 것이고, 그 부분에 대해 정말 깊이 사과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선대위 개편과 관련해 “신중하게 의견을 모아 빨리 결론을 내리고, 심기일전해 선거운동을 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현 상황이 후보 스스로 자초한 위기인 만큼 선대위 개편만으로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가능할지는 의문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후보 본인이 자꾸 문제를 만드는데, 선대위의 얼굴만 바꾸는 걸로 해결이 되겠나”라며 “스스로 뭐가 잘못됐고 뭘 바꿔야 하는지 느껴서 본인만이 풀 수 있는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김 위원장에게 끌려가듯이 진행되는 쇄신만으로 지지율 반등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선대위 모든 직책에서 사퇴한 이준석 대표와의 갈등도 난제다. 김기현 원내대표와 김도읍 정책위의장,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 등 당 원내 지도부는 이날 사퇴 의사를 밝히고, 의원총회를 통해 사실상 이준석 대표의 사퇴를 압박했다. 전주혜 원내대변인은 의총 뒤 브리핑에서 “오직 윤석열 후보로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 온 힘을 모으며, 후보 빼고는 다 바꾼다는 방침으로 후보가 전권을 가지고 당과 선대위를 대표해 이끌어나갈 수 있도록 해야 된다”고 말했다. ‘후보 중심’ ‘전권’ 등을 강조하며 후보 쪽으로 무게중심을 이동하는 동시에, 당과 후보를 ‘저격’하고 있는 이 대표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대표는 “제 거취에는 변함이 없다”며 사퇴를 거부해 갈등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선대위원장 사퇴를 공지하는 과정에서 김종인 위원장의 사의 표명 여부를 놓고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애초 이양수 수석대변인은 사의 표명 대상에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을 포함해 공지했으나, 김 위원장이 “금시초문, 다 헛소리”라고 밝히면서 윤 후보와 김 위원장의 갈등이 전면화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 것이다. 이양수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임태희 총괄본부장으로부터 김 위원장이 사의를 표명했다고 전해 들었는데 그런 뜻이 아니었다. 두 분 소통에 착오가 있던 것으로 이해된다”고 수습했다.
장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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