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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윤석열 패싱이냐, 전권부여냐…선대위 ‘쇄신 칼자루’ 누구 손에

등록 2022-01-03 20:23수정 2022-01-04 12:53

김종인, 전면개편 발표뒤 ‘후보패싱’ ‘후보질책’ 직격발언
의총, 일단 ‘후보중심 개편’…사퇴혼선 김종인 역할 미지수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에서 ‘윤석열의 정부혁신-디지털플랫폼정부’ 공약을 발표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에서 ‘윤석열의 정부혁신-디지털플랫폼정부’ 공약을 발표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이 윤석열 후보 지지율 하락을 만회하겠다며 선거대책위원회 전면 개편이라는 칼을 빼들었지만 동시에 총사퇴 대상으로도 거론되는 등 국민의힘은 하루종일 혼선을 거듭했다. 우여곡절 끝에 김 위원장은 자리를 유지했지만 의원총회 결과 ‘윤 후보 중심 선대위 개편 원칙’이 확인되면서 김 위원장이 전권을 가지고 위기를 타개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선거대책위 회의에서 “국민 정서를 따르는 측면에서 우리 국민의힘 선대위가 항상 최선의 노력을 경주한다는 것을 국민 여러분께 보여드리기 위해서 우리 선대위의 전면적인 개편을 단행하겠다는 것을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선대위를 떠난 이준석 대표가 요구했던 전면 개편을 김 위원장이 뒤늦게 수용한 것이다. 윤 후보의 지지율 하락세에 제동을 걸기 위해선 선대위 인적 쇄신이라는 특단의 조처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선대위 개편 구상을 밝힌 뒤 기자들과 만나 “내가 (윤 후보한테) 동의를 구할 필요가 없다”, “반드시 후보한테 이야기를 들어봐야 하면 총괄선대위원장이라는 위치 자체가 아무 의미가 없는 거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의원총회에서는 윤 후보와의 대화 내용까지 공개했다. “내가 그동안 선거 운동 과정을 겪어 보면서 도저히 이렇게는 갈 수가 없다. 그래서 내가 당신의 비서실장 노릇을 선거 때까지 하겠다. 총괄 선대위원장이 아니라 비서실장 역할을 할 테니 후보도 태도를 바꿔서 우리가 해주는 대로만 연기만 좀 해달라.”

시대착오적 실언 등으로 지지를 잃은 윤 후보를 공개적으로 질책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후보가 자기 의견이 있더라도 이것이 국민의 정서에 맞지 않는다면 그런 말은 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고 했고 “선대위 운영하는 사람들이 지나치게 후보의 눈치를 볼 것 같으면 선거를 제대로 이끌어 갈 수가 없다”고 했다. 윤 후보 측근, 즉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도 작심하고 겨냥한 셈이다.

김 위원장의 윤 후보 비판과 쇄신 의지 모두, 전권을 부여한 윤 후보의 묵시적 동의 하에 나온 것으로 이해됐지만 이날 오후 상황이 바뀌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5시5분께 당사를 떠나며 “(선대위 개편을) 사전에 내가 의논을 안 했으니까 (후보는) 몰랐다”면서도 “후보로서는 갑작스럽게 자기 그런 얘기가 들었으므로 조금은 심정적으로 괴로운 것 같은데 아마 오늘 저녁이 지나고 나면 정상적으로 가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선대위 전면 개편을 마무리하겠다는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그러나 이로부터 10분 뒤 국민의힘 중앙선대위는 “쇄신을 위해 총괄선대위원장, 상임선대위원장, 공동선대위원장, 총괄본부장을 비롯해 새시대준비위원장까지 모두가 후보에게 일괄하여 사의를 표명했음을 공지한다”고 밝혔다. 선대위 개편의 주체였던 김 위원장도 사퇴 대상에 포함되면서 윤 후보에게 재신임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뒤이어 끝난 국민의힘 의원총회의 결론은 “후보가 전권을 가지고 당과 선대위를 개편하고 이끌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표면적으로 김 위원장이 쥐고 있던 ‘전권’을 윤 후보에게 넘기라는 메시지로 읽혔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사의를 표명한 적이 없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김 위원장을 포함한 총사퇴 공지를 한 이양수 수석대변인은 그러나 “제가 전달받은 내용은 총괄선대위원장님 포함해서 사의 표명하신 것으로 안다. (김종인 위원장의 사의는) 책임 있는 관계자로부터 전달받았다”며 거듭 확인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내가 사의 표명 했다는 건 다 헛소리다. 내가 한 적도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결국 이 수석대변인은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께서 임태희 총괄상황본부장께 사의를 표명했다고 그렇게 전해 들었는데, 두 분 소통에 착오 있던 것으로 이해된다”며 정정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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