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두달 앞두고 선대위 지도부 사퇴
지지율 하락 속 주도권 놓고 권력투쟁
‘사태 원인’ 윤 후보 안 바뀌면 답 없어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제외한 국민의힘 선대위 지도부가 3일 일괄 사의를 표명했다. 김기현 원내대표 등 원내 지도부도 사퇴 의사를 밝혔다. 대통령 선거일을 65일 앞두고 제1야당이 대혼돈에 빠져든 초유의 사태다. 이러고도 국민에게 표를 달라고 말할 자격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책임의 소재와 경중을 따지기 앞서 윤석열 후보와 당 지도부 모두 사태가 이 지경까지 이른 데 대해 잘못을 통감하고 반성해야 한다.
선대위 지도부의 일괄 사의가 어떤 배경에서 결행된 것인지를 두고선 국민의힘 안에서도 추측이 구구하다. 일부에선 김종인 위원장과 이준석 대표 등이 요구해온 ‘선대위 재구성’으로 가기 위한 수순이라는 관측을 내놓는다. 조직 개편 차원을 넘어 ‘선대위 재구성’ 수준에 이르려면 지도부의 일괄 사퇴를 포함한 선대위 조직의 해체가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 관측이 맞다면 ‘윤핵관’으로 불려온 윤 후보의 측근 인사들을 배제하고 선거 경험이 많은 김 위원장이 직접 일정과 메시지 등 후보의 모든 것을 챙기겠다는 얘기가 된다. 윤 후보의 잇따른 실언과 부적절한 태도가 물의를 빚으면서 지지율 하락 추세가 이어진 데 따른 특단의 조처인 셈이다.
김종인 위원장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윤 후보에게 내가) 총괄선대위원장이 아니라 비서실장 노릇을 할 테니 후보도 태도를 바꿔 우리가 해준 대로만 ‘연기’를 좀 해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제1야당 후보를 선대위원장의 ‘아바타’ 수준으로 길들이겠다는 얘기여서 또다른 갈등을 낳을 수 있다.
물론 상황이 정반대로 전개될 가능성도 있다. 지도부 일괄 사의가 선대위를 ‘친위 체제’로 재편하려는 윤 후보 쪽의 정지 작업일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윤 후보는 김 위원장과 이 대표가 손잡고 선대위의 의사결정을 주도하는 상황을 썩 달가워하지 않았다. 이날 의총에서 “윤석열 후보가 전권을 갖고 당과 선대위를 개편하고 이끌 수 있게 하기로 의견을 모았다”는 전주혜 원내대변인의 설명도 ‘친위 체제 재편론’에 힘을 싣는다.
분명한 건 선대위 출범 뒤 한달 넘게 이어져온 권력투쟁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사실이다. 최종 승자가 김종인 위원장이 될지, 윤석열 후보 측근 세력이 될지는 현재로선 예단하기 어렵다. 윤석열 후보는 이날 밤 “관심 있는 분들은 선대위에 좀더 큰 쇄신과 변화가 있기를 바라고 계셔서 저도 연말·연초 이 부분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많은 분의 의견을 모으고 있는 중”이라고만 했다. 쇄신 범위에 김종인 위원장이 포함될지에 대해서는 “모든 것들이 조금 걸린다. 좀 기다려달라”며 즉답을 피했다.
하지만 어떤 특단의 조처가 나오더라도 윤 후보와 국민의힘이 처한 상황을 얼마나 반전시킬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윤 후보 스스로 변화하겠다는 의지가 상황 타개의 핵심 관건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대혼돈이 윤 후보의 자질과 준비 부족에서 비롯됐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남은 기간 최대한 성찰하고 학습해 단점과 취약점을 보완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그 결과 역시 윤 후보와 당이 오롯이 감당해야 할 것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3일 밤 서울 여의도 당사를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를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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