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2022년 신년인사말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지지율 하락에 따른 후폭풍은 이준석 당 대표 사퇴론으로 번졌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지도부로서 책임을 지겠다’며 당직을 내려놓았고, 국민의힘 의원 전원도 선거대책위원 보직을 사퇴하며 이 대표를 압박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사퇴할 가능성이 없다고 일축했다.
3일 오전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선대위 전면 개편’ 방침을 밝히고 신지예 새시대준비위원회 부위원장이 사퇴하면서, 이 대표의 복귀가 점쳐지기도 했다. 선대위 전면 개편은 이 대표가 조수진 최고위원의 지시 불이행을 이유로 선대위 보직 사퇴를 선언하기 이전부터 줄기차게 요구해온 것이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2일, 윤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 허위 이력 논란에 대한 대응 방식을 놓고 조 최고위원과 정면충돌한 뒤 선대위 모든 보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히면서도,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정리를 거듭 요구했다. 윤 후보에게 잘 보이려고 충성 경쟁만 하는 현재 선대위 조직을 전면 쇄신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김 위원장은 이날 뒤늦게 선대위 개편을 약속하며 “당 대표로서 당의 전반적인 체계를 총동원해서 승리로 이끌 책무를 지닌 분이 이준석 대표”라고 했고, “선대위 개편 과정에서 이준석 대표와 일부 의논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를 향한 김 위원장의 도움 요청이 더 다급해진 분위기였다. 그러나 이 대표는 김 위원장의 선대위 전면 개편 발표 뒤 기자들과 만나 ‘선대위 개편 뒤 윤석열 후보가 도와달라고 하면 합류할 거냐’는 질문에 “지금 상황에서는 누구도 가정법 대화를 해선 안 된다”고 말을 아꼈다. 또 “(전면 개편이 선대위 합류) 조건은 아니다. 선대위 개선책이라는 걸 나는 제언했던 것”이라며 “어떤 조건부나 선결 조건처럼 인식돼서 많은 분께 오해를 살 수 있다”고 했다. 선대위 합류 가능성에 일단 거리를 둔 것이다.
힘이 실릴 것 같던 ‘이준석 역할론’은 오후 의원총회를 기점으로 달라졌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원내대표와 공동선대위원장직에서 물러나면서 “현재 우리가 처한 상황에 대해 당 지도부가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혀, 사실상 이 대표를 포함한 지도부 총사퇴를 압박했다. 국민의힘 재선의원 14명이 모인 간담회와 이어진 의원총회에서도 ‘이 대표도 물러나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전주혜 원내대변인은 의총 뒤 “후보가 전권을 가지고 당과 선대위를 개편하고 이끌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윤 후보에게 힘을 실었다. 국민의힘 안에서는 당연직 최고위원인 김 원내대표가 물러나고 이 대표와 대척점에 있는 조수진·김재원 최고위원 사퇴가 도미노처럼 이어지면서, 결국 이 대표를 포함한 당 지도부를 해체하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민의힘 당헌 96조에는 “당 대표가 궐위되거나 최고위원회의의 기능이 상실되는 등 당에 비상상황이 발생한 경우 안정적인 당 운영과 비상상황의 해소를 위하여 비상대책위원회를 둘 수 있다”고 돼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당 대표 사퇴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자신을 겨냥한 책임론을 의식해 이날 의원총회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조수진·김재원 최고위원이 대의를 위해 희생을 선택하시면 즉각적으로 대체 멤버를 임명하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의원들의 선대위 보직 사퇴에 대해 “(권성동) 사무총장이 사퇴했냐”며 “제 거취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백의종군의 진정성을 보이려면 윤 후보 최측근부터 보직을 내려놓으라는 비판이었다.
김해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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