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6월5일 이란 국기가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국제원자력기구 본부 앞에 걸려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10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쟁이 시작된 뒤 이란이 순도 60%에 이르는 고농축 우라늄(HEU)의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는 보고가 나오자, 미국과 유럽 주요국들이 이를 규탄했다.
미국·영국·프랑스·독일 등 4개국은 28일(현지시각) 공동성명을 내어 핵무기 개발에 거의 근접한 60%의 농축 우라늄의 생산 속도를 높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 이란을 강력히 비판했다. 4개국은 성명에서 “이런 조처를 되돌리고 핵 프로그램을 축소할 것을 이란에 촉구한다”며 “우리는 외교적 해법에 전념하고 있으며 이란은 핵무기를 절대 개발해서는 안 된다는 결의를 재확인한다”고 밝혔다.
앞서, 유엔의 핵 감시기구인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지난 26일 이란이 순도 60%에 이르는 고농축 우라늄 생산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이에 따르면, 이란은 지난달 말부터 포르도 지하 핵시설과 나탄즈 핵시설을 중심으로 최대 60%까지 농축한 우라늄 생산을 늘렸다. 지난 한 달 가량 만들어진 고농축 우라늄의 양은 약 9㎏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쟁이 터지기 전인 지난 8월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 생산량은 3㎏가량에 불과했다.
이 네 나라는 “국제원자력기구가 보고한 이란의 우라늄 생산은 심각한 핵확산 위험을 수반하고 있다”며 “민간 측면에서 신뢰할 수 있는 정당성이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2023년 9월 중단된 사찰단을 국제원자력기구가 재지정할 수 있도록 이란은 협력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어 “이란의 결정은 긴장된 지역 상황에서 무모한 행동임을 보여준다”며 이란 정부를 비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2021년 1월 취임한 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8년 일방적으로 파기한 이란 핵협정(JCPOA)을 부활하기 위한 교섭을 이어왔지만, 협상에 난항을 겪어왔다. 그러자 이 협정을 부활해 중동의 안정을 찾는 대신 대신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수교를 추진해 이란을 압박하는 쪽으로 중동 정책을 전환했다. 그러자 ‘아랍의 맹주’인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수교가 이뤄지면, 외교적으로 고립될 것으로 우려한 하마스가 지난 10월7일 이스라엘을 상대로 한 대규모 기습 공격에 나서게 된다.
서방 국가들은 하마스를 지원해온 이란의 핵 생산이 증가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시작된 뒤,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과 레바논의 헤즈볼라, 이라크·시리아 내 무장세력이 준동하며 중동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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