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서방이 사실상 ‘대학살’인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을 지원하고 있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7일 아에프페(AFP) 통신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모스크바를 방문한 라이시 대통령과 크렘린에서 회담하며 “우리가 중동의 정세, 특히 팔레스타인의 상황과 관련해 우리가 의견을 교환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라이시 대통령은 “팔레스타인과 가자지구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은 두말할 나위 없이 ‘대학살’이자 반인도주의적 범죄”라며 “이 범죄가 미국과 서방의 지원을 받은 것은 더욱 슬픈 일”이라고 말했다. 이란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를 오랜 기간 지원했다고 알려졌다.

하루 전인 6일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했던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를 찾은 이란 대통령과도 회담하며 중동 국가들과 더욱 밀착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의 중재자를 자임하며 중동에서의 영향력을 넓히길 원하고 있다. 이날 푸틴 대통령은 “우리(이란) 관계는 매우 잘 발전하고 있고 하메네이 최고 지도자에게 안부를 전해달라. 그의 지지 덕분에 우린 지난 1년간 좋은 추진력을 얻었다”고 말하며 이란과의 각별한 유대 관계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날 두 정상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 외에도 우크라이나 전쟁, 오펙(OPEC) 플러스 유가 인상 등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이날 러시아 타스 통신은 “러시아와 이란이 에너지, 농업, 교육 등에서 협력을 강화할 추가 단계를 취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라이시 대통령은 “대학 간에 교류 등 모든 분야에서 협력이 가능하다. 우리들의 국가와 국민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날 푸틴 대통령은 라이시 대통령의 방문 초청을 받고 이란 “방문 기회를 반드시 활용하겠다”고 답했다.

서방의 제재를 받고 있는 이란은 러시아와 경제적, 정치적 유대 관계를 심화하고 있다. 이란은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에 드론 등 무기를 지원해주며 러시아와 더욱 가까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에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대규모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하며 이 전쟁을 지원한 미국에 대한 국제사회 여론이 좋지 않자, 러시아와 이란은 서로 관계를 발전시키며 반서방 구도를 형성하려는 듯 보인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