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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가자지구 주검 아이스크림 트럭에…전기 끊긴 병원 ‘생지옥’

등록 2023-10-16 11:29수정 2023-10-16 19:53

사망 2670명·부상자 최소 9600명
치료 못 받고 숨지는 ‘2차 참사’ 우려
집중치료실 3살 미만 영유아 가득 차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무력 충돌이 지속되는 가운데 15일(현지시간) 가자지구 한 병원에서 이스라엘 공습으로 다친 한 소년이 누워있다. 가자지구 로이터/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무력 충돌이 지속되는 가운데 15일(현지시간) 가자지구 한 병원에서 이스라엘 공습으로 다친 한 소년이 누워있다. 가자지구 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완전 봉쇄하고 에너지와 식수·식량 공급을 중단한 지 일주일째로 접어들면서 가자지구 내 병원들이 마비 상태에 빠졌다.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15일(현지시각)까지 숨진 사망자 2670명에 버금가는 주민들이 치료를 못 받아 숨지는 ‘2차 참사’가 우려되는 가운데 주민들은 “세계가 왜 우리를 방치하느냐”는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

유엔은 가자지구의 병원들이 이틀 안에 연료가 바닥나면서 비상 발전기 가동이 중단될 위험에 처했다고 경고했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이날 보도했다. 현지의 의료진들은 수천명의 환자들이 치료를 받지 못해 숨지는 참사를 경고했다. 이날까지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다친 주민은 9600명에 이른다고 가자지구 보건부가 밝혔다.

가자지구 중부 데이르알발라흐에서 시체 안치소 부족으로 아이스크림 수송 트럭에 보관하던 시신들을 옮기고 있다. 데이르알발라흐/로이터 연합뉴스
가자지구 중부 데이르알발라흐에서 시체 안치소 부족으로 아이스크림 수송 트럭에 보관하던 시신들을 옮기고 있다. 데이르알발라흐/로이터 연합뉴스

이스라엘이 지상전을 예고한 북부 지역에서 피란민이 유입되고 있는 남부 칸유니스의 병원들은 마비 직전 상황에 몰렸다. 이 도시의 나세르병원이 운영하는 집중 치료실은 3살 미만 영유아들로 가득 찼다.

이 병원의 고문 의사 모하메드 칸델은 지금도 부상자들이 몇백명씩 몰려들고 있다면서 16일이면 비상 발전기 가동에 필요한 연료가 바닥날 것이라고 걱정했다. 이 병원에는 인공호흡기가 필요한 환자 35명과 투석이 필요한 환자 60명이 치료를 받고 있다.

칸델은 연료가 바닥나면 “전체 보건 시스템이 무너질 것”이라면서 “전기가 끊기면서 여기 환자들 모두가 죽음으로 내몰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이 병력 투입을 준비하면서 주민들에게 대피할 것을 통보한 북부 지역의 병원들은 환자들을 안전한 곳으로 옮기는 게 불가능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 지역에 있는 카말아드완병원의 후삼 아부 사피야 소아과 과장은 갓 태어난 신생아 7명이 산소호흡기에 의존하고 있다며 “피란은 이 아이들에게 죽음을 뜻한다”고 지적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중동 지역 책임자 아메드 알만다리 박사도 일부 병원은 이동이 가능한 환자를 북쪽에서 탈출시킬 수 있었지만, 대부분의 환자는 피란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마틴 그리피스 유엔 인도주의·긴급구호 담당 사무차장은 이날 소셜미디어에 쓴 글에서 “가자지구에 죽음의 망령이 드리우고 있다. 물도, 전기도, 식량도, 의약품도 없다. 수천명이 숨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지난 7일 하마스가 기습 공격을 벌인 직후 가자지구 진출입을 차단하고 9일에는 전기·식수·식량·가스 공급을 차단했다. 이틀 뒤인 11일에는 가자지구의 유일한 발전소가 연료 부족으로 가동을 멈췄다. 그 이후 가자지구의 병원들은 자체 비상 발전기를 돌려 시설을 유지해왔는데, 이제 이마저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다친 어린이들이 15일(현지시각) 가자시티의 알시파병원으로 옮겨지고 있다. 가자지구의 병원들은 전력 공급 중단으로 마비 직전에 몰리고 있다. 가자시티/AFP 연합뉴스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다친 어린이들이 15일(현지시각) 가자시티의 알시파병원으로 옮겨지고 있다. 가자지구의 병원들은 전력 공급 중단으로 마비 직전에 몰리고 있다. 가자시티/AFP 연합뉴스

사망자들이 계속 늘면서 시신 처리에도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북부 가자시티에서 가장 큰 병원인 시파병원은 시체 안치소가 포화 상태에 이르자 긴급 조처로 시신 100구를 집단 매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중부 지역의 도시 데이르알발라흐에 있는 알아크사 순교자 병원은 넘쳐나는 시신을 수용하기 어렵자 시신을 아이스크림 트럭에 보관하기도 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전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적어도 10구의 시신은 담요에 쌓인 채 이 병원 앞 땅바닥에 그냥 놓여 있었다고 전했다.

피란민들이 몰려드는 남부 라파흐에서는 주민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메스바흐 발라와이(45)는 “가족들이 빵과 약간의 치즈로 가까스로 버티고 있다. 어떤 때는 아이들이 굶주린 채 잠을 청한다”며 “세계가 왜 우리를 방치하는가”라고 말했다. 이브라힘 베르베흐(37)는 “동물들이 차라리 우리보다 더 나은 상황”이라며 “식수를 구하지 못해 소금기 있는 물을 마셔야 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날 가자지구 남부 지역에 다시 물을 공급한다고 밝혔으나, 현지에서는 이 발표를 ‘선전용’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고 알자리라 방송이 전했다. 가자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 레파트 알아레르는 “많은 식수관이 폭격으로 파괴됐고 전기가 없으면 식수 탱크에 물을 채울 펌프를 쓸 수 없다”며 “이 발표는 선전용이거나 주의를 분산시키기 위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가자지구에 가장 시급한 것은 식량과 전력 생산용 연료라고 지적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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