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를 완전히 제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공 전망을 놓고는 “점령은 큰 실수가 될 것”이라며 하마스 제거에 국한해야 한다는 취지의 기준도 제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5일 방영된 시비에스(CBS) 방송 ‘60분’ 인터뷰에서 ‘하마스를 완전히 제거해야 하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해 이를 목표로 내건 이스라엘에 찬동했다. 자신이 사태 발발 직후 ‘순전한 악’이라고 규정한 하마스와의 대화나 휴전을 지지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말이기도 하다. 그는 또 “난 이스라엘이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제공할 것임을 보장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북쪽에는 헤즈볼라, 남쪽에는 하마스가 있는데 들어가서 극단주의자들을 제거하는 게 필요하다”며, 이스라엘 지상군 투입을 지지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 ‘가자지구 전면 포위에 찬성하냐’는 물음에는 “이스라엘은 전쟁 규칙을 지킬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답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재점령할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는 “가자에서 일어나는 일을 봐라. 하마스 등 극단주의자들은 모든 팔레스타인인들을 대표하지 않는다”며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다시 점령하면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자지구는 이집트 관할이었다가 이스라엘이 1967년 전쟁으로 빼앗은 곳이다.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인들의 자치권을 인정한 오슬로평화협정에 따라 2005년에 철수했고, 이후 하마스가 권력을 잡았다. 바이든 대통령 말은 가자지구에서 온건 팔레스타인 세력이 집권해야 하며, 이스라엘이 하마스 제거를 넘어 재점령을 시도하면 큰 반발에 직면할 것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스라엘도 가자지구에 대한 장기적 재점령을 거론하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워싱턴포스트는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사태에 관해 이스라엘에 한 가장 강한 자제 요구라고 풀이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미국 등이 줄곧 지지해온,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별개 국가로 공존한다는 ‘2국가 해법’도 거론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이번 일을 겪고도 이를 추진하겠냐는 질문에는 “지금은 아니다”라면서 한발 물러섰다.

한편 에이피(AP) 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이 며칠 안에 이스라엘을 지지 방문하는 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방문이 성사되면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에 이어 미국의 이스라엘에 대한 매우 강력한 지지를 강조하는 장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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