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적인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동부 바흐무트에서 우크라이나 군인이 러시아군을 향해 곡사포를 쏘고 있다. 바흐무트/로이터 연합뉴스
“(이틀 전 230m 진격한 데 이어) 오늘 시내 여러 방면에서 160m 더 진격했다.”
러시아 용병 집단 바그너(와그너)그룹의 설립자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2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동부 바흐무트에서 거둔 전과에 대해 텔레그램에 쓴 글에서 이렇게 말했다. 러시아군이 지난해 10월 말부터 6개월 이상 본격적인 점령 작전을 펼치고 있는 이 도시를 둘러싼 전투 상황이 한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울 만큼 치열하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준다.
프리고진은 이어 “적군은 현재 (도시 면적) 2.7㎢를 장악하고 있고 우리는 5만3㎢를 통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달 30일에도 텔레그램을 통해 바그너그룹이 바흐무트 시내에서 230m 진격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한나 말랴크 우크라이나 국방차관 역시 바흐무트에서 치열한 전투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일부 지역을 (적군에게) 잃었고 일부 지역에서 적들을 몰아냈다”며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는 가운데 우리 군인들이 도시를 통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지상군 사령관 올렉산드르 시르시키 장군도 이 도시를 사수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혔다. 그는 이날 바흐무트에서 격전을 치르는 병사들과 만나 “효과적으로 방어하고 적군에게 최대한 타격을 가하기 위한 몇가지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어 “온갖 예측과 조언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바흐무트를 계속 지키면서 바그너그룹과 러시아군을 파괴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호르 클리멘코 내무장관은 바흐무트에서 본격 반격을 가하기 위해 4만명의 돌격대원 구성을 마쳤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인테르팍스 우크라이나> 통신 인터뷰에서 이들이 무기를 재정비하고 2~3주의 준비 과정을 거쳐 기존 병사들과 함께 공격 작전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타스>는 무기 부족에 시달리는 우크라이나군이 바흐무트의 탄광에 보관하던 낡은 맥심 기관총까지 동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자신의 이름을 스타니슬라우라고 밝힌 전 우크라이나군 장교는 “볼로다르스키 탄광 내 무기고에 소형 화기, 유탄발사기, 맥심 기관총 등 많은 무기를 보관하고 있었다”며 “두달 반 사이에 이 무기들이 모두 우크라이나 군에 공급됐다”고 말했다. 맥심 기관총은 1884년 러시아에서 처음 개발됐으며 1·2차 세계대전 때 널리 쓰인 구식 무기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이 14개월 이상 이어지면서 두 쪽 모두 무기 부족에 시달리는 가운데 무기 생산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우크라이나에 155㎜ 포탄 등을 공급하기 위해 추가로 5억유로(약 7388억원)을 투입하는 방안을 마련했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유럽연합은 앞으로 1년 동안 우크라이나에 100만개의 포탄을 지원하기 위해 10억유로를 투입하기로 한 데 이어 이날 추가 자금 투입 방안을 마련했다. 티에리 브레통 내부시장 담당 집행위원은 “방위 문제에 있어서는 이제 우리 산업계가 전시 경제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도 러시아 군수 업계에 미사일 생산량을 2배로 늘리라고 요구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쇼이구 장관은 이날 연방군 지도부 회의에서 그동안엔 국영 전술 미사일 생산 업체가 제때 무기 공급을 해왔다면서도 “이제는 초정밀 미사일을 최단시간에 2배로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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