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동부 바흐무트 인근에서 러시아의 공세를 막아내고 있는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지난 3월5일(현지시각) 자주포를 발사하고 있다. 바흐무트/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봄철 반격을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군이 동부 바흐무트를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이미 ‘방어 태세’로 전환했다는 우크라이나 정보 당국의 분석이 나왔다.
키릴로 부다노우 우크라이나 국방부 군사정보국장은 24일(현지시각) <아르비시 우크라이나>(RBC)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완전히 모든 곳에서 방어 태세로 전환했다. 최전선에서 러시아가 유일하게 (공격을) 시도하고 있는 곳은 바흐무트뿐”이라며 이렇게 밝혔다.
바흐무트시는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의 도시로, 이 지역을 두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지난해 8월부터 아홉 달째 격전을 벌이고 있다. 부다노우 국장은 지난해 2월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하기 전인 2021년 11월께 러시아가 수도 키이우를 포함해 우크라이나 전역을 침공할 가능성을 예견한 인물이다.
부다노우 국장의 설명에 따르면, 구체적으로 러시아는 바흐무트 남쪽에 있는 아우디우카시를 북쪽에서부터 엄호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그밖에 마린카시에서 벌어지는 국지전 정도에서만 공격적인 태세를 보일 뿐 전선 대부분 지역에서 방어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는 “아우디우카와 마린카에서 러시아가 쓰고 있는 전술은 바흐무트와 동일하다”라며 “지구상에서 이 지역을 쓸어버리려는 시도일 뿐이다”라고 설명했다.
또 우크라이나 정보 당국은 러시아군이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 지역의 부흘레다르를 점령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내다봤다. 이 지역에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군은 지난해 10월 말부터 다섯달 동안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다. 부다노우 국장은 러시아가 이 지역에서 공격 작전을 강화하거나 시작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전망한다고 했다.
서방의 무기 지원에 힘 입은 우크라이나군은 대대적인 봄철 반격에 나서 연말까지 러시아군이 점령 중인 영토 전체를 되찾겠다는 각오다. 부다노우 국장은 이번 봄 반격을 통해 “충분한 영토를 되찾게 될 것”이라면서 올해 말까지 전 영토를 수복할 가능성에 대해 “완전히”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반격이 어느 지역에서 일어날 지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우크라이나는 현재 러시아가 점령 중인 돈바스 지역은 물론 2014년 3월 러시아의 강제 합병으로 잃은 크림반도까지 되찾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1991년 소련에서 독립할 당시 영토 전체를 복원시키겠다는 것이다. 부다노우 국장은 우크라이나군이 크림반도에 진입하더라도 러시아가 핵 무기를 쓸 가능성은 없다고 봤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그의 예측을 벗어나는 강경한 대응에 나설 경우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베를린/노지원 특파원
zo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