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증시의 연쇄 폭락
아시아·유럽·미국 폭락 악순환
일부 반등세에도 불안감 계속
일부 반등세에도 불안감 계속
공포가 지구 자전 속도를 따라 계속 돌고 있다. 한 주가 시작되면서 아시아에서 시작된 증시 폭락 도미노가 유럽과 미주 증시를 쓰러뜨린 뒤 9일 다시 아시아와 유럽을 덮쳤다. 2008년 위기 때보다 해결 수단이 많지 않은 세계 금융시장은 두려움이 또다른 두려움을 낳는 고리에 갇힌 채 무엇으로 이 공포를 쫓을지에 대한 뚜렷한 상을 잡지 못하고 있다.
스탠더드앤푸어스(S&P)의 미국 국가신용등급 강등 이후 지난 8일 처음 개장하며 시험대에 올랐던 아시아 증시는 9일에도 추락했다. 한국(-3.64%)과 홍콩(-5.66%), 일본(-1.68%)의 대표 지수들은 큰 폭으로 출렁이며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전날 불안의 양대 진원지인 유럽과 미국 증시는 이번주를 폭락 장세로 시작한 아시아 시장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미국 뉴욕 증시는 에스앤피500지수가 2008년 12월 이래 가장 큰 낙폭(6.6%)을 보였다. 에스앤피가 프레디맥 등 미국 국책 금융기관들의 신용등급까지 내린 게 악재로 작용했다. 유럽과 미국 증시는 9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회의를 앞두고 진정 기미를 보이며 일부 지수가 1~2%대의 반등에 성공했으나 불안감은 시장을 떠나지 않고 있다.
공포의 세계적 고리는 지난주 미국 부채 협상이 타결된 직후 더블딥(경기 재침체) 우려가 다시 부상하면서 이미 만들어져 왔다. 그런데 주가 바뀌면서 더욱 두꺼운 고리가 형성됐다. 투자은행 제이피모건의 수석전략가 데이비드 켈리는 “투자자들은 무엇이든 위험해 보이면 달아나고 있다”고 <에이피>(AP) 통신에 말했다.
이런 움직임이 더욱 심상찮은 이유는 금융시장에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인사라면 빠짐없이 “단호한 대응”을 공언하는데도 말이 먹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시아 증시의 하락을 미연에 막으려고 일요일인 7일 주요 7개국(G7)과 주요 20개국(G20)의 재무장관들과 중앙은행장들, 유럽중앙은행 관리들이 분주히 움직였지만 효과가 없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8일 “신용평가사들이 뭐라고 하든 미국은 언제나 (최고 신용등급인) 트리플 에이 국가로 남을 것”이라며 투자자 달래기에 나섰지만 투매 행렬을 되돌리지 못했다. 미국 대통령에게는 굴욕이 아닐 수 없다.
경제 전문가들은 공황심리는 각국 정부의 호재성 대책에 반응하며 단기적으로 진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그러나 미국의 재침체 징후라는 제1 가능성이 제거되지 않으면 확실히 잠재우기 어렵다. 그러면 2008년 금융위기 때처럼 공포가 경제 주체들을 얼어붙게 만들고, 그래서 악화된 상황이 더 큰 공포를 만들어내는 상황으로 발전할 수 있다. <뉴욕 타임스>는 9일 금융시장의 동요가 미국 가계와 기업이 소비와 고용을 주저하도록 만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물경제에도 그림자가 드리워지기 시작했다는 말이다. 장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 총재는 이날 한 프랑스 라디오 인터뷰에서 금융시장이 “2차대전 이후 최악의 위기”에 빠졌다고 말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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