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중 한때 코스피 1700선마저 무너졌던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명동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한 직원이 등락을 거듭하는 주가와 환율 추이를 단말기로 살펴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1801.35로 마감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143p 등락 롤러코스터 장세
외국인 6거래일간 3조5천억 순매도…주가 17%↓
국민연금 “저가매수”…기관, 9199억 순매수 ‘방어’
외국인 6거래일간 3조5천억 순매도…주가 17%↓
국민연금 “저가매수”…기관, 9199억 순매수 ‘방어’
국내 주식시장의 하락세가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자유낙하하고 있다. 9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68.10(3.64%) 내린 1801.35로 장을 마쳤다. 이날도 아시아 주요 증시 가운데 하락폭이 가장 컸다. 코스피는 1조1000억원어치에 달하는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 공세에 장중 한때 184.77(9.88%)이나 떨어져 1684까지 밀렸으나, 연기금 등 기관이 매수에 나서면서 급반등해 1800선에 턱걸이했다.
유가증권 시장에선 프로그램 매도 호가 효력이 일시 정지되는 사이드카가 또 발동됐고, 코스닥 시장도 사이드카와 매매가 일시 중단되는 서킷브레이커가 이어졌다.
최근 6거래일 하락률은 17%로 이보다 더 큰 폭의 단기 급락세를 보인 사례는 2008년 10월 금융위기(-22.6%)와 1997년 10월(-19.7%) 및 12월(-19.2%)의 외환위기 국면 단 세차례뿐이다. 6거래일 연속 매일 2% 이상 하락한 것은 1980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주가가 이렇게 연일 폭락하는 것은 외국인의 이탈에 따른 수급 붕괴 요인이 크다. 코스피가 2170선에서 내리막길을 달리기 시작한 지난 2일부터 이날까지 외국인 순매도 규모는 3조4700억원에 이른다. 외국인 매도는 금융위기의 근원지인 유럽계와 미국계가 주도하고 있다.
반면 연기금을 중심으로 한 기관이 적극 매수에 나서면서 치열한 매매 공방이 벌어졌다. 기관은 9일 무려 9112억원어치나 순매수했다. 이는 2007년 9월19일 9550억원의 순매수 이후 최대치다. 특히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은 5053억원의 매수 우위를 보이며 ‘구원투수’ 역할을 했다. 연기금은 지난 5일과 8일에도 각각 4852억원, 4079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낙폭 줄이기에 일조했다. 연기금이 하루 3000억원 이상 순매수한 것은 2008년 10월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국민연금은 9일 오후 투자위원회를 열고 이달 배정된 투자한도를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중장기적 관점에서 우량주를 저가 매수할 기회라 판단하고 이렇게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식시장 혼란을 완화하려는 정부의 주문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지만 전문가들은 외국인 매도세가 더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국인 매도세가 한국에 집중되는 이유는 우선 한국 증시가 올해 많이 오른데다 현금화하기 쉬운 토양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세계 주요 47개 증시에서 한국은 주가가 급락하기 전인 이달 1일까지 상승률이 5위였다. 또 원-달러 환율이 급등세로 반전하면서 환차익 세력들이 빠져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화학·운송장비 등 수출주 중심으로 주가가 오른 점도 한국 증시의 하락률이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원인이다.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들이 수출 업종을 집중적으로 내다 팔고 있어 반도체 등 정보기술 산업 중심인 대만보다 우리 증시의 하락률이 더 높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날 원-달러 환율은 5.60원 오른 1088.10원으로 마감해 엿새째 상승했다. 국가의 부도위험을 나타내는 한국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지난 8일 135bp(1bp=0.01%)로 하루 만에 18bp가 급등하면서 1년2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정세라 기자 kdhan@hani.co.kr
한광덕 선임기자, 정세라 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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