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락장에서 손실 더 커
자문사 손절매로 연결
추락하는 증시에 ‘기름’
*자문형랩 : 맞춤형 주식관리 계좌
자문사 손절매로 연결
추락하는 증시에 ‘기름’
*자문형랩 : 맞춤형 주식관리 계좌
‘코스피지수를 끌어내린 주도세력은 외국인뿐만 아니다. 자문형랩도 있다?’
코스피가 엿새째 폭락하면서 그동안 국내 주요 증시자금 유입창구였던 자문형 랩어카운트(맞춤형 주식관리계좌)가 주가 하락을 부추기는 구실을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자문형랩은 주로 시가총액 상위 10여개 종목에 편중 투자하고 있는데, 자문형랩이 증시 영향력이 큰 이들 종목을 집중 매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문형랩은 종목 선정과 운용은 투자자문사가 맡고, 증권사는 주식거래와 계좌관리를 담당한다.
그동안 자문형랩은 자동차와 화학, 정유 등 이른바 ‘차·화·정’ 종목에 집중 투자해 이들 종목의 주가를 끌어올리는 데 일조했다. 일부 상품은 차·화·정 투자 비중이 75%를 넘을 정도로 ‘몰빵’ 투자를 했다. 그러나 이들 업종은 이번 폭락장에서 다른 업종보다 더 많이 빠지고 있다. 이는 자문사들이 그동안 많이 올랐던 주식을 팔아 차익 실현에 나서는 한편, 고객의 추가 손실을 막기 위해 로스컷(loss cut·손절매)에 나선 점이 적지 않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주가 폭락으로 자문형랩의 최근 성적도 코스피는 물론, 펀드 평균수익률을 훨씬 밑돌았다. 9일 금융투자업계 자료를 보면, 한국투자증권이 판매한 주요 자문형랩의 수익률은 지난 1~5일 평균 -11.22%였다. 이는 펀드평가사 제로인이 취합한 같은 기간 일반 주식형펀드 수익률 -6.52%의 절반 수준이다. 이 기간 코스피 하락률 8.88%보다 손실률이 훨씬 높다.
자문형랩 시장 1위 브레인투자자문의 한 상품은 1주일 새 12.28% 하락했다. 브레인의 상품은 대부분 두 자릿수의 하락률을 보였다. 자문형랩 상품은 1개월은 물론 3개월 수익률도 모두 원금 손실 수준이다.
자문형랩은 최근 무서운 기세로 성장해 왔다. 지난해 3월 5300억원에 불과했던 주요 증권사의 주식형 자문형랩은 지난해 말 5조2411억원으로 10배 이상 급증해 ‘자금 블랙홀’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이후에도 계속 늘어나 올해 5월 현재 잔고가 9조1824억원에 이르렀다. 국내 자문형랩 시장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삼성증권의 자문형랩 잔고는 올해 1월 2조8600억원에서 6월 3조5000억원으로 늘어났다. 삼성증권은 수익률이 떨어졌다는 건 인정했지만 구체적인 수치는 밝히기를 거부했다.
한 애널리스트는 “자문형랩 상품이 하락에 대비해 위험을 분산하지 않은 채 몇 개 종목에 집중 투자한 탓에 주가가 추가로 하락하면 수익률이 더 악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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