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수금 3588억 연중최고치
반대매매로 깡통계좌 급증
반대매매로 깡통계좌 급증
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대신증권 객장. 대형 주식 시세 전광판의 화면이 바뀔 때마다 30명가량의 60~70대 투자자들 사이에서 혀를 차는 소리와 한숨 소리가 들렸다. 커다란 금시계가 눈에 띄는 박선호(63)씨는 “어제 지수가 1800 찍을 때 바닥이다 했지 오늘 1700이 무너질 줄 누가 알았겠어”라며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박씨는 지난 4일부터 오늘까지 주식에 투자한 8억 중에 1억6000만원을 잃었다. 투자금의 30%는 신용대출이다. 그는 “자산의 3분의 1은 현금으로 보유해야 한다는 걸 아는데도 욕심이 생겨서 그게 잘 안 됐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한 70대 남성은 “여기에 손해 안 본 사람 있어? 가진 주식 다 빠졌지”라고 말한 뒤 “더 말하기도 싫다”며 손을 내저었다. 그는 “국민연금에서 개입한다니 좋아지겠지…”라며 말끝을 흐리고는 객장을 나갔다.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으로 국내 주가가 크게 하락하면서 빚을 내 주식을 샀던 개인 투자자들에게 빨간불이 켜졌다. 9일 금융투자협회 종합통계 포털을 보면, 8일 위탁매매 미수금이 3588억으로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수거래는 투자자가 주식결제 대금이 부족할 때 증권사가 3거래일간 대금을 대신 지급해주는 일종의 외상 거래다. 투자자가 주식을 팔거나 현금으로 빚을 갚지 못하면 증권사는 4거래일째 강제로 투자자가 가진 주식을 하한가로 팔아버릴 수 있는 반대매매에 나선다. 실제로 8일 증권사에 의한 반대매매는 최근 3개월 평균치인 87억원을 훨씬 뛰어넘어 183억어치나 이뤄졌다.
신용거래융자는 8일 6조3424억원으로 지난 7월초부터 꾸준히 증가해 왔다. 여기에 주식을 담보로 저축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스탁론’의 규모가 1조원가량 되는 것으로 알려져, 이 중 상당수가 이번 하락장에서 손절매를 하거나 반대매매를 당해 손해를 본 것으로 전해졌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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