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세프 보렐 유럽연합 외교·안보 고위대표가 21일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 외교장관·국방장관 이사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브뤼셀/로이터 연합뉴스
유럽연합(EU)이 오랜 현안이었던 비상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자체 병력인 ‘신속대응군’(Rapid Deployment Capacity)을 창설하기로 합의했다. 일단 5000명 규모로 만들어 2025년부터 활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유럽연합은 21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외교장관·국방장관 합동 이사회를 열어 유럽연합이 공동의 위기에 빠졌을 때 인명구조와 시민의 대피를 위해 투입할 수 있는 5000명 규모의 신속방위군을 창설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 유럽연합 공동의 안전보장전략인 ‘안보와 방어를 위한 전략적 나침판’(Strategic Compass for Security and Defence)에 합의했다. 이 내용은 24~25일 열리는 유럽연합 정상회의에서 최종 승인될 예정이다.
유럽연합이 자체 병력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은 지난 1990년대부터 이어져 왔지만, 구체적 합의가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럽연합은 새로 만들어지는 신속대응군의 부대 구성 등 상세 내용을 연말까지 확정한 뒤 훈련 기간을 거쳐 2025년부터 본격 운영할 예정이다. 크리스티네 람브레이트 독일 국방장관은 유럽연합 신속대응군이 가동하는데 “독일이 중추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연합이 이 결단을 내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지난달 24일 이뤄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었다. 유럽연합은 이날 합의 문서에서 “더 적대적인 안보 환경으로 인해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는 결정적인 걸음(quantum leap)을 내디뎌야 한다”며 “러시아의 불법적인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럽에 전쟁이 돌아오고 주요한 지정학적 변동이 초래된 상황에서 이런 우리의 노력은 더욱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회의를 마친 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지난 가을 ‘유럽은 위기에 있다’고 했는데 그게 지금 분명한 현실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선 “우리는 시민에 대한 대규모 전쟁범죄가 발생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럽연합은 그밖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경제적·재정적·인도적 지원과 우크라이나군에 대한 군사 지원을 계속할 것”이라며 지원액 규모를 애초 5억유로에서 두 배 많은 10억유로(약 1조3373억원)로 늘렸다.
길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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