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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고급주택·호화요트·스위스계좌…‘올리가르히’ 검은 돈 찾아라

등록 2022-03-22 11:46수정 2022-03-22 11:53

‘조직범죄·부패보도프로젝트’, 추적기 출범
아브라모프 등 10여명 자산 내역 공개

소련 붕괴 뒤 민영화 속 신흥재벌로
해외에 유령회사·가명으로 자산 보유
2014년 실패 겪고 효과 낼지 주목
러시아의 대표적 올리가르히(신흥재벌)인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소유한 요트 ‘솔라리스’가 지난 3일 스페인 바르셀로나항에 정박해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의 대표적 올리가르히(신흥재벌)인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소유한 요트 ‘솔라리스’가 지난 3일 스페인 바르셀로나항에 정박해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독립 탐사보도 연대체인 ‘조직범죄·부패보도 프로젝트’(OCCRP)가 러시아 신흥재벌 ‘올리가르히’의 자산 추적에 나섰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맞서 미국 등 서방이 푸틴의 ‘자금줄’인 올리가르히에 제재 압박을 가하는 가운데 나온 움직임이다.

주로 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한 27개 언론사 네트워크인 조직범죄·부패보도 프로젝트는 21일 ‘러시아 자산 추적기’라는 웹사이트를 출범시켰다. 이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각국 정부들이 푸틴의 조력자들에 제재를 가하고 있지만, 비밀은행 활용 등으로 인해 누가 얼마를 소유하고 있는지 알아내기 매우 어렵다”며 “그래서 이런 자산을 최대한 추적해 데이터베이스로 엮어서 일반인들이 보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프로젝트는 우선 푸틴 대통령의 최대 정적으로 불리는 알렉시 나발니가 지난해 공개한 올리가르히의 명단 가운데 11명의 회사, 고급 부동산, 호화 요트, 전용 비행기, 해외 은행계좌 등 150여개 자산 목록을 공개했다. 영국 축구팀 첼시의 구단주인 로만 아브라모비치(최소 80억달러), 알루미늄 회사 루살 회장 올레크 데리파스카(57억달러), 철강·광물 재벌 알리셰르 우스마노프(34억달러) 등 총 175억달러(약 21조3500억원) 규모다. 서방의 압박에 최근 첼시 구단 매각에 나선 아브라모비치는 프랑스 리비에라 해변과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 각각 8900만달러, 1530만달러짜리 주택을 갖고 있으며, 에어버스의 M-SOLO 헬리콥터(가치 알 수 없음)도 보유하고 있다.

이 단체는 계속해서 추적을 해나가겠다면서, 독자들에게도 “우리가 빼놓은 게 있다면 알려달라”고 협조를 요청했다.

이 단체는 올리가르히 자산 추적을 이전부터 계획해왔으나, 지난달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의 대대적인 러시아 압박 캠페인이 펼쳐지면서 더욱 주목을 받게 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일 취임 뒤 첫 국정연설에서 “러시아 올리가르히와 부패 지도자들을 조사하기 위한 태스크포스를 구성할 것”이라며 “미국은 유럽 동맹들과 함께 그들의 요트, 호화 주택, 전용기를 찾아내 압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영국·독일·프랑스·캐나다·일본 등은 수십명의 올리가르히를 제재 명단에 올리고 자산 압류와 비자 제한 등의 조처를 가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19일 스위스 연방정부에 러시아 올리가르히의 계좌를 동결할 것을 촉구했다.

올리가르히는 1991년 소련이 붕괴한 뒤 국영 회사 등 국가 자산을 민간에 대거 넘기면서 생겨났다. 자유시장 경제에 가속페달을 밟은 보리스 옐친 당시 대통령은 정부 소유의 소규모 식당부터 대규모 석유·광물 회사 등을 매각했다. 당시 조작된 경매 등을 통해 헐값에 국영 회사 등을 손에 넣은 이들이 재벌로 올라섰다. 2000년에 취임한 푸틴 대통령은 올리가르히를 정치나 정부에서 배제하며 영향력을 약화시켰으나, 국영 석유기업 로즈네프트의 이고르 세친 회장 등과 같이 푸틴 시절의 ‘새로운 올리가르히’ 집단이 생겨났다. 이밖에, 푸틴 대통령과 옛 국가보안위원회(KGB) 시절 인맥 등 전통적인 올리가르히는 아니어도 정권과의 관계를 활용해 부를 축적하는 “국가안보 매파들”도 또 하나의 올리가르히 집단으로 분류된다고 티모시 프라이 컬럼비아대 교수는 <워싱턴 포스트>에 말했다.

이들 올리가르히는 유능한 회계사와 변호사를 동원해 주로 해외에 유령회사와 가·차명 방식으로 자산을 숨겨두고 있어서 추적이 어렵다. 미국 싱크탱크인 애틀랜틱카운슬은 해외 은닉 ‘검은 돈’의 규모에서 러시아가 세계 1위라면서 약 1조달러에 이른다고 추산한 바 있다.

그 때문에 전세계적인 올리가르히 옥죄기 캠페인이 실질적 효과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론도 나온다. <뉴욕 타임스>는 16일 러시아가 2014년 3월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강제 합병한 뒤 미국이 올리가르히에 제재를 가했지만 이들의 교묘한 수법과 당국의 무기력한 대응 등으로 효과가 적었다고 지적했다. 당시 푸틴 대통령의 유도 연습 상대로 유명한 건설 재벌 아르카디 로텐베르그는 미 당국이 그의 금융 거래를 막은 뒤 8주 만에 뉴욕에서 750만달러짜리 그림 구매에 성공했다.

법적인 문제도 있다. 영국 정부는 아브라모프와 관련된 것으로 의심되는 전용 비행기를 압류했으나, 이 비행기는 러시아가 아닌 룩셈브르크에 등록돼 있어서 압류의 타당성을 따져봐야 한다. 미국은 인력 보강으로 허점 보완에 나섰다. 미 국세청(IRS)은 지난 16일 올리가르히 추적 등을 위해 현재 3000명인 범죄 조사 인력을 4300명으로 40% 남짓 늘려야 한다고 의회에 요청했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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