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시베리아의 유전에서 폐가스를 태우고 있다. 유럽연합의 러시아 석유 금지 검토 소식에 국제 유가가 21일(현지시각) 다시 배럴당 110달러를 넘겼다. 크라스노야르스크/로이터 연합뉴스
국제 유가가 유럽연합(EU)의 러시아산 석유 수입 금지 검토 소식 등으로 21일(현지시각) 또다시 배럴당 110달러를 넘겼다.
이날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지난 주말보다 7.42달러(7.1%) 오른 배럴당 112.1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후 시간외 거래에서는 한때 114달러까지 상승했다. 서부텍사스산 유가가 종가 기준으로 110달러를 넘어선 것은 지난 8일 123.70달러를 기록한 이후 처음이다.
영국 런던 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브렌트유 가격도 이날 배럴당 115.62달러로 지난 주말보다 7.69달러(7.1%) 오른 채 거래를 마쳤다. 브렌트유는 시간외 거래에서 한때 118달러까지 상승했다.
유가가 다시 급등한 것은 유럽연합이 러시아산 석유 수입 금지를 검토한다는 소식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 시설에 대한 예멘 반군의 공격으로 불안감이 다시 커진 탓이라고 미국 경제 매체 <시엔비시>(CNBC) 방송이 지적했다. 앞서 <로이터> 통신은 유럽연합 고위 외교관을 인용해 유럽연합이 러시아에 대한 5차 제재안을 준비하고 있으며 여기에 러시아산 석유 수입 금지도 포함될 여지가 있다고 전했다. 다만, 독일 등 일부 회원국들은 여전히 수입 금지에 부정적이어서 회원국간 합의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예멘의 후티 반군이 사우디 석유 회사 아람코의 시설을 공격했다는 소식도 불안감을 키웠다. 사우디 에너지부는 전날 홍해 연안 도시 얀부의 아람코 정유 시설이 무인기 공격을 받아 한때 생산 차질을 빚었다고 밝혔다.
에너지 투자·자문 기업 ‘피커링 에너지 파트너스’의 투자 책임자 대니얼 피커링은 “러시아 석유와 관련한 (제재) 조처 가능성에 대한 두려움으로 국제 유가가 불안함을 보였다”며 유럽연합의 러시아 석유 수입 금지가 현실화할 경우 유가가 배럴당 130달러까지 오르는 것도 가능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원자재·파생상품 책임자 프랜시스코 블랜치는 석유 생산 증가가 제한된 상황에서 정유 및 수출 수요는 늘고 있어서 미국의 석유 재고에 여유가 없다며 당분간 유가 가격의 변동성이 클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시카고 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밀 가격이 지난 주말보다 5.2% 상승하는 등 주요 곡물 가격도 상승세를 보였고, 금 값도 상승세를 보였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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