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1일 수도 키이우(키예프)에서 발언하고 있는 동영상 중 일부 화면. AP 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와 전쟁을 끝내기 위한 타협안은 최종적으로는 국민투표로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틀과 크림반도와 돈바스 지역을 둘러싼 영토 문제 등 고도로 복잡한 문제를 둘러싼 타협 가능성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1일 우크라이나 공영방송 <수스필네>와 인터뷰에서 러시와 진행 중인 정전 협상과 관련해 “안전보장에 관한 내용에 이르면, 헌법 개정과 법률 개정에 관해 이야기해야 한다. (이 문제들은) 어떤 경우도 대통령 혼자 결정할 수 없다. 의회와 우크라이나 국민에 의해 결정되는 긴 과정을 거칠 것이다”고 말했다. 또, “나는 이런 모든 변화에 대해 이야기할 때 모든 협상 그룹에 설명할 것이다. (결국) 국민투표에 이를 것이다. 국민들은 특정 틀의 타입에 대해 말하고 반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지난 2014년 3월 우크라이나 영토이던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했고, 그 직후 친러시아 반군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일부를 점령했다. 이에 반발해 우크라이나는 서구적 개혁 노선을 강화하면서 2019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유럽연합(EU) 가입 계획을 명시하는 쪽으로 헌법을 개정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가 자국을 침공 중인 러시아와 정전 협상을 한다면, 국가의 흥망을 결정하는 ‘안보 문제’나 크림반도와 돈바스 지역을 포괄하는 ‘영토 문제’에서 힘겨운 타협을 해야 한다. 이는 고도로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에 국민 전체의 ‘총의’를 묻는 국민투표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밝힌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현재 협상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한 ‘나토 가입 포기’와 관련해선 “우리 모두 알고 있다. 그들(나토)이 러시아를 두려워하기 때문에 우리를 받아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침착해질 필요가 있다. 우크라이나는 안전보장이 필요하고 러시아는 ‘나토 확장을 원하지 않으며 서방이 이에 대해 동의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우리는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왜냐하면 그게 전쟁의 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앞선 16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협상 결과에 대해 설명을 들은 다섯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을 포기하고, 외국군이나 군사기지 배치를 하지 않는 대신 미국·영국·터키 등이 우크라이나의 안보를 보장하는 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하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남부 도시 마리우폴을 포위하고 항복을 요구하는 최후통첩을 한 것에 대해 거부한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우리는 멜리토폴 같은 점령당한 도시에서 봤다. 그들(러시아군)이 사람들을 끌어내고 총을 쐈다”며 최후통첩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주권”은 양보할 수 없는 최후의 선이라고도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코미디언 출신이기 때문에 전쟁에 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는 질문에는 “나는 우크라이나 시민이다. 우크라이나 시민이라면 직업에 상관 없이 모두 대비가 되어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또 ‘수도 키이우(키예프)를 떠날 생각을 한 적이 있느냐’는 물음에는 “모두 내가 급히 (키이우에서) 떠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흘 동안 10~20분에 한번씩 전화와 메시지가 계속 왔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개전 이후 지금까지 키이우를 지키며 국민들의 항전을 독려하고 있다.
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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