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세가 주춤해진 중국이 여유를 되찾은 반면 미국에선 확산 위험성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양국의 처지가 역전된 모양새다. 로이터 연합뉴스
코로나19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처지가 역전된 모양새다. 확산세가 주춤해진 중국은 여유를 되찾은 반면 미국에선 확산 위험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관영 <글로벌 타임스>는 9일 “의료용품 업체들이 마스크를 비롯한 방역용품을 미국에 수출하기 위해 공장 가동률을 높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저장성에서 의료용품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우캉핑은 신문에 “마스크와 방호복 등을 수출하기 위해 미국 식품의약품(FDA)의 품질 기준을 맞추기 위한 서류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안정 국면으로 접어든 중국에선 의료용품 제조공장 가동률을 빠르게 올리고 있다. 신문은 “하루 방호복 50만벌과 방역용 마스크 160만개를 생산할 수 있는 수준까지 공장 가동률을 회복했다”고 전했다.
반면 코로나19 확산 위험이 높아진 미국에선 방역용품 부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신문은 “미국간호사연합(USNNU)가 48개주에서 간호사 6500여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 결과, 응답자의 63%만 방역용 마스크를 확보하고 있다고 답했다”며 “응답자의 30%는 자신이 일하고 있는 병원이 코로나19 확진자가 빠르게 늘어나는 상황에 대비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방역 용품을 갖추지 못했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미 무역대표부가 최근 마스크와 의료용 장갑 등 중국 27개 업체가 생산하는 100여 품목의 의료용품에 대한 관세를 유예하기로 결정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신문은 전문가의 말을 따 “미국은 통상 특별한 수요가 발생할 경우에만 관세를 유예한다”며 “원하는 대로 보호무역을 취하면 자국민의 건강만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1월 미-중 1단계 무역합의 서명식 직후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그간 미국에선 “중국이 합의 내용을 지키지 못할 것”이란 지적이 끊이질 않아왔다. 코로나19로 경제활동이 주춤하면서 내수 소비도 위축돼, 중국이 미국에 약속한 막대한 수입 물량을 소화하지 못할 것이란 게 뼈대다.
하지만 미국에서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되레 “미국이 합의 내용을 지키지 못할 것”이란 주장이 중국 쪽에서 나오고 있다. <글로벌 타임스>는 “코로나19로 미국의 공중보건 위기가 심화하면서 1단계 무역합의를 통해 중국에 수출하기로 한 막대한 물량을 생산해낼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생기고 있다”며 “미국의 정보가 투명성을 결여하고 있어, 코로나19가 생산 활동에 얼마나 악영향을 끼칠지에 대한 판단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신문은 이어 “1단계 무역합의에는 전염병 등과 같은 불가항력적 상황에 대비한 조항이 있다”며 “중국은 이 조항을 발동시키지 않았지만, 미국의 현 상황을 놓고 볼 때 향후 불필요한 논쟁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관련 조항 발동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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