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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세상읽기] 바이러스와 세계 불황에 맞서라 / 이강국

등록 2020-03-09 18:28수정 2020-03-10 16:33

이강국

리쓰메이칸대 경제학부 교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급속하게 전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다. 이미 선진국의 경기가 둔화된 상태에서 이제 코로나19가 세계경제에 미칠 커다란 악영향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특히 다른 자연재해와 달리 전염병으로 인한 충격은 훨씬 복잡하고 불확실성이 크다.

경제학자들에 따르면 코로나19의 충격은 공급측과 수요측 모두에 발생한다. 인명 손실, 학교와 공장의 중단, 이동 제한과 국경 폐쇄 등은 공급측 생산에 악영향을 미친다. 또한 세계의 공장인 중국과 동아시아 국가의 피해는 전자산업 등의 글로벌 공급체인에 커다란 충격을 준다. 이와 함께 사람들의 소비 위축으로 인한 수요감소, 불확실성으로 인한 구매와 투자의 연기 등으로 수요측 충격도 발생하며, 이는 특히 서비스업에 큰 타격을 미친다.

따라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애초 2.9%로 전망했던 올해 세계의 성장률 전망치를 2.4%로 낮추었고 상황이 악화된다면 1.5%까지 낮아질 수 있다고 발표했다. 다른 기관들도 모두 전망치를 낮추고 몇몇은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1%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중국을 필두로 이탈리아와 일본 등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약 60%를 차지하는 주요 7개국(G7)의 경제가 악화되면 세계경제가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팬데믹이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온 오스트레일리아국립대학(ANU)의 워릭 매키빈 교수는 코로나19 최악의 시나리오의 경우 2020년 선진국 경제가 엄청난 마이너스 성장에 빠질 것으로 전망한다. 결국 새로운 바이러스로 인해 세계경제가 심각한 위기를 겪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현실이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크게 증가한 기업부채가 위기의 도화선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 가능성에 맞서 각국은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미국의 연준은 지난 3일 기준금리를 일거에 0.5%포인트 인하했다. 하지만 전염병으로 경제가 굴러가지 않는 상황에서 금리인하의 효과는 별로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된다.

더 효과적인 것은 역시 정부의 재정지출이다. 이미 중국 지방정부들은 코로나 충격의 극복을 위해 약 25조위안 규모의 인프라 투자 계획을 발표했고 올해에만 약 3조5천억위안을 집행할 계획이다. 이탈리아는 긴급예산을 도입했고, 미국 의회는 코로나19 검사와 백신 개발 등을 위한 긴급예산을 승인했으며 금융시장의 혼란에 대응하여 트럼프 대통령은 소득세 감면 등의 경기부양책을 도입할 전망이다.

한국 정부도 신속하게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11조7천억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했다. 나랏빚의 증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있지만,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사람들의 삶과 거시경제 그리고 재정이 모두 악화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번 추경은 규모와 내용에서 아쉬움도 크다. 비상한 충격을 고려할 때 규모도 크지 않고, 자영업자 대출 지원이나 임대료 인하 지원 그리고 자동차소비세 인하 등은 한계가 뚜렷해 보인다. 일부 저소득층에게 지급하는 소비쿠폰을 넘어, 긴급복지지원제도의 확대 등을 통해 자영업자와 취약한 노동자들을 대폭 지원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한편 이탈리아가 재해지역에 전기요금을 감면해주기로 한 것처럼 대구·경북 지역에 대한 지원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이와 동시에 일각에서 주장하듯 국민에게 재난수당을 지급하는 것도 논의해 볼 만하다. 하버드대 제이슨 퍼먼 교수도 코로나 충격에 대응하여 미국 정부가 감세보다 성인 모두에게 1000달러, 아동에게 500달러의 현금을 지급할 것을 제언한다. 그는 또한 경기가 악화되면 실업보험을 자동적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제시하며, 재정지출은 신속하고 대규모로 그리고 사회적 안전망을 강화하고 경제상황에 발맞춰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코로나19의 충격이 세계경제를 앓아눕게 만들지는 결국 전염병을 억제하고 경제를 살리기 위한 정부의 대응에 달려 있을 것이다. 과학자들이 새로운 바이러스에 치료제를 만들어내듯 불황에 직면한 경제에도 새로운 처방이 필요하다. 이미 기업 투자가 부진하고 불평등이 심각한 현실에서 이번 사태가 경제의 안정과 번영을 위해 공공투자와 사회복지를 크게 강화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나아가 각국이 협조하여 이 재난에 성공적으로 대응한다면 앞으로 기후변화와 같은 위기에 공동으로 맞서는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바이러스가 불러올 세계적 경기침체의 가능성은 더욱 강력한 국가의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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