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가운데)이 1일 백악관 회의를 마치고 나오며 잭 크라우치 국가안보회의 부보좌관과 얘기하고 있다.
부시정부 북 제외 4개국과 협의 유독 강조
협상파보다 강경파가 주도…회담 난항될듯
협상파보다 강경파가 주도…회담 난항될듯
북-중-미 3자회동에서 재개하기로 전격 합의한 6자회담에 대한 미 행정부의 전략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조지 부시 행정부는 대화와 제재의 동시병행을 강조하면서, 어느 때보다도 북한을 제외한 4개 당사국과의 충분한 사전 전략 협의와 준비를 강조하고 있다. 이는 북한의 미사일 실험과 핵실험 이후 더욱 고조된 대북 불신감, 특히 부시 행정부 내 딕 체니 부통령을 비롯한 대북 강경파들의 입김에 의한 것이다.
이들 강경파들은 대북제재를 강화해야 하는 국면에서 중국의 중재를 받아들여 회담 재개를 합의한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의 ‘예상 밖’ 결정을 마지 못해 수용했다. 대북 제재에 필요한 “중국의 협조를 얻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거쳐야 할 단계”라는 생각에서다. 또 회담이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경우, 중국의 협력 속에 더욱 강력한 대북제재를 할 수 있다는 계산도 작용했다.
대북 강경파들은 6자회담 재개에 불만이 많다. 라이스 장관은 행정부 안팎에서 북한과의 대화 재개에 대해 점증하는 비판적 포화를 받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2일 보도했다. 강경파들은 북한이 과거 협상을 하면서도 핵보유를 계속 추구해 왔고, 핵실험 이후 협상력을 강화하고 테이블에 나선 것을 제외하곤 1년 전 상황과 달라진 게 없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이미 회담에 앞서 국무부 2인자인 니컬러스 번스 정무차관과 로버트 조지프 군축·비확산 담당 차관을 파견하는 예방 조처에 대해 부시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놓고 있다. 다음주 시작될 이들의 동북아 순방에선 대북 압박과 제재가 주 메뉴가 될게 분명해 보인다.
이런 강경 기류에 대해 라이스 장관은 차기 6자회담이 (과거와는) 다를 것이며 북한이 유엔의 제재 하에 있기 때문에 미국이 더 많은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하지만 협상파들의 입지는 그리 커보이지 않는다.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실질적 진전”을 약속하면서도 “목표에서 아직은 멀리 떨어져 있다”며 평소와는 달리 상당히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부시 행정부의 6자회담 대책을 보더라도 9·19 공동성명 1항에서 규정된 북한의 비핵화 약속 이행에 대한 증거를 요구할 뿐, 2항에 규정된 관계정상화 등의 ‘행동 대 행동’의 상응 조처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다.
이런 점에서 조만간 열리게 될 회담은 벽두부터 난항이 예상된다. 국무부 한국과장으로 6자회담을 지켜봤던 데이빗 스트로브 존스 홉킨스대학 국제대학원 교수는 “북미 양국이 전보다 더 강경한 노선을 택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며 “양국이 종전과는 사뭇 다른 접근을 하지 않는 한 회담은 또다시 무위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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