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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위험 경고’에도 질산암모늄 방치, 레바논 성난 민심도 폭발 직전

등록 2020-08-06 18:26수정 2020-08-07 02:03

세관, 수년간 질산암모늄 처분 요청
“안 옮기면 베이루트 전체 폭파” 경고
당국 조처 안해…시민들 “인재” 분통
“분노한 민심 레바논 정부로 향할 것”
레바논 베이루트의 대폭발 사고 다음날인 5일 청년들이 폐허 정리 작업을 벌이고 있다. 베이루트/EPA 연합뉴스
레바논 베이루트의 대폭발 사고 다음날인 5일 청년들이 폐허 정리 작업을 벌이고 있다. 베이루트/EPA 연합뉴스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항구에 5일 축구장보다 큰 지름 124m의 거대한 웅덩이가 생겼다. 전날 이 항구 내 바다와 맞닿은 창고 부지에서 초대형 폭발 사고가 일어나며 창고가 있던 부지 자체가 깡그리 사라진 것이다. 민간 인공위성업체 ‘맥사 테크놀로지’가 이날 공개한 위성사진을 보면, 폭발의 충격으로 타원형으로 움푹 파인 웅덩이 주변에 있던 다른 창고들도 뼈대 일부만 남기고 사라졌다.

레바논 정부는 5일 긴급 각료회의를 연 뒤 “군 지도부에 질산암모늄 저장 업무를 담당한 베이루트항구의 직원 모두를 가택연금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보도했다. 사라진 창고에 보관돼 있던 질산암모늄 2750t이 가열·폭발하면서 대참사가 벌어진 것으로 잠정 판단하고, 부실 관리 책임 규명에 착수한 것이다.

하지만 이날 레바논 당국이 베이루트 세관의 ‘위험’ 경고 속에서도 수년간 안전조치 없이 베이루트항에 질산암모늄을 보관했다는 문건이 인터넷 등을 통해 공개됐다. <알자지라> 등의 보도에 따르면, 세관 공무원들이 2014~2017년 사이 최소 6차례나 법원에 편지를 보내 창고에 쌓여 있는 질산암모늄 처분 지침을 달라고 요청했으나 실제로는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폭발 6개월 전엔 질산암모늄을 옮기지 않으면 베이루트 전체가 폭파될 수 있다는 경고도 있었다고 한다. 시민들은 폭발하기 쉬운 인화성 물질이 시내와 가까운 항구 창고에 6년 넘게 대량으로 보관됐다는 사실에 경악하며, 막을 수 있는 인재였다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레바논 당국이 질산암모늄 폭발로 인한 유해가스 배출에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데다, 병원이 파괴됐다는 이유로 부상자들을 사실상 방치하다시피 하는 등 행정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도 시민들의 분노에 부채질을 하고 있다. 이날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서는 “교수형에 처하자”라는 뜻의 아랍어 해시태그가 급속도로 퍼져나가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전했다.

전문가들은 경제난과 부패 등으로 가뜩이나 레바논 시민들의 불만이 극에 달한 상황이라, 초대형 폭발 사고에 따른 충격과 슬픔이 가시고 나면 분노한 민심의 화살이 레바논 정부로 향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게다가 이번 폭발로 레바논의 최대 항구인 베이루트항이 사실상 전부 파괴되다시피 하면서 항구를 이용한 물자 교역이 중단 위기를 맞았고, 레바논 내 곡물 상당량이 저장된 저장고까지 사라져 식량난까지 예상되는 상황이다.

카림 마끄디시 베이루트 아메리칸대 부교수는 <시엔엔>(CNN) 방송 인터뷰에서 “일단 슬픔과 충격이 가라앉으면, 분노와 슬픔이 지난 20~30년 동안 집권해온 정치인들을 향해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져야 한다’는 요구 및 시위로 번질 것”이라고 말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이정애 최현준 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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