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각),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에서 일어난 폭발 원인에 대해 “아직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공격으로 보인다”던 전날의 태도를 바꾼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연 코로나19 관련 기자회견에서 전날 일어난 베이루트 폭발에 대해 “무슨 일이 일어났든, 그건 끔찍하다. 하지만 그들은 그게 뭔지 진짜 모른다”며 “아무도 아직 모른다”고 말했다.
이런 발언은 하루 전에서 확 달라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우리의 위대한 장군들 몇 명과 만났는데 그들은 이게 제조 관련 폭발 사고가 아니라고 느끼는 것 같다. 그들은 이게 공격이라고 생각하는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폭발로 봤을 때 그렇게(공격으로) 보인다”, “끔찍한 공격 같다”고도 했다. 하지만 이 발언 직후 <시엔엔>(CNN) 등 미 언론은 군과 정보 당국 관리들을 인용해, 이번 폭발이 공격에 의한 것이라는 증거가 없다고 반박 보도를 내보낸 바 있다. 레바논의 무함마드 파흐미 내무장관도 “2014년 화물선에서 압수해 항구 창고에 보관하던 2700t 이상의 질산암모늄이 발화해 폭발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루 만에 태도를 바꾸면서도, ‘사고가 아닐 수도 있다’는 여지를 여전히 남겼다. 그는 “만약 누군가 끔찍한 폭발 장치를 남겨뒀다면 어떻게 사고라고 말할 수 있느냐. 아마도 그건 공격이다”라며 “누구도 지금 당장 말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지금 그것을 매우 강력하게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나는 두 가지 다 들었다. 그건 사고일 수도 있고, 매우 공격적인 뭔가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식으로 말한 것은 전날 “공격으로 보인다”던 발언을 스스로 180도 뒤집기는 어려운 사정 때문으로 보인다.
마크 메도스 백악관 비서실장은 <시엔엔>(CNN)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의 전날 발언은 군 당국자들로부터 브리핑 받은 것을 토대로 기자들에게 말한 것일 뿐이라고 방어했다. 하지만 미 당국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공격설’을 브리핑한 장군이 누구인지 특정하지 못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도 이날 콜로라도주에서 열린 애스펜 안보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해 베이루트 폭발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이 보도된대로, 사고(accident)였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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