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16일(현지시각)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경제 회복 관련 연설을 하고 있다. 윌밍턴/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16일 정권 이양 작업이 늦어지면 “더 많은 사람이 죽을 수 있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협력을 촉구했다. 코로나19가 빠르게 재확산되고 있는 상황을 들어 대선 결과에 불복하며 버티고 있는 트럼프를 공개적으로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바이든 당선자는 이날 경제구상 연설 뒤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정권 이양 방해로 인한 가장 큰 위협은 무엇이냐’는 언론의 질문에 “우리가 조율하지 않으면 많은 사람이 죽을지도 모른다”고 답변했다고 <뉴욕타임스> 등이 보도했다.
미국 내 코로나19 입원환자가 6만9864명까지 불어나는 등 코로나19 재확산이 본격화하는 상황에 신속히 대처하기, 백신 배포 계획 등을 세우려면 트럼프가 하루라도 빨리 대선 패배를 인정하고 정권 인수인계 작업에 협조해야 한다고 촉구한 것이다. 그는 “(백신 배포) 계획을 세우기 위해 (대통령 취임식인) 1월20일까지 기다려야 한다면, 우리는 또 뒤쳐지게 될 것”이라며 “가능하면 빨리 할 수 있도록 지금 조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트럼프는 바이든의 정권 이양 협조 촉구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있다. 트럼프는 ‘선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켈리 워드 애리조나 공화당 의장의 발언이 담긴 기사를 트위터에 공유하는 등 여전히 대선 결과 불복 뜻을 접지 않고 있다. 저드 디어리 백악관 대변인은 “정부는 식품의약국(FDA) 승인 24시간 내에 백신이 미국의 모든 집 주소로 배송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며 ‘정권 인수 작업이 늦어지면 더 많은 사람이 죽을 수 있다’는 바이든의 발언을 “팩트에 근거하지 않고 무책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지금으로선 명백히 그렇게 보이지만, 바이든-(카멀라) 해리스 후보가 승자로 결정된다면, 국가안전보장회의로부터 매우 적절한 이양이 이뤄질 것이다. 그점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바이든의 승리를 명확히 인정한 건 아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다른 고위 관리들과는 확연히 다른 기조라고 미 언론들은 평가했다.
이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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